[밀알의 기적] 한 달 전 고아된 10대 자매에 “너희에겐 하나님 아빠가 있단다”

김형민 빛의자녀교회 목사가 지난 1일 잠비아 뭄브와 지역에 있는 ‘케네티 카운다 초등학교’에서 운동장에 설치된 펌프로 물을 퍼 올리고 있다.
 
최근 아버지를 여의고 고아가 된 자매에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여주는 장면.


프리셔스 치랑과(13)와 아비가일 치랑과(11) 자매는 굳은 표정이었다. 한국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에서 자기들을 보러 왔다는데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차로 5시간여 떨어진 카인두 지역까지 올 일이 없었다.

자매는 3.3㎡(1평)도 안 되는 흙집 처마 밑에서 김형민 목사(빛의자녀교회)를 맞았다. 김 목사가 다가가 볼을 쓰다듬고 안아주려 하자 엉거주춤 안는 시늉을 했다. 자매는 한 달 전 고아가 됐다. 어머니는 지난해, 아버지는 한 달 전 심장마비로 죽었다. 이런 딱한 사정이 잠비아 월드비전의 뭄브와 지역개발사업장(ADP)에 알려졌고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국민일보 밀알의 기적’ 모니터링팀이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찾아보기 위해 지난 2일 현장을 찾은 것이다. 김 목사도 그 일원으로 함께했다.

김 목사는 자매와 나란히 처마 밑에 앉아 마음을 열려고 애썼다. 자매 머리에 붙은 건초가 어울리느니 마느니 농담을 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그 모습을 보여줬다. 자매에겐 스마트폰 자체가 신기했다. 사진 찍는 버튼을 직접 누르라고 하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사진 속 얼굴에 토끼 귀와 코를 붙여 보여주기도 했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제야 자매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자매가 마음을 연 것 같자 김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고아가 아니야. 너희들에게는 또 다른 아빠, 하나님 아빠가 있어. 그 아빠가 우리를 여기로 보내서 너희들을 위로하라 하셨어. 그 아빠는 너희가 꿈을 꾸고 기도하면 들으신단다. 꿈을 꿔라. 그러면 하나님께서 기적을 베푸실 거야.” 프리셔스는 교사, 아비가일은 간호사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 아빠를 믿으면 할 수 있다”면서 “매일 세 번씩 기도하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한국에 가서 항상 자매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목사는 자매에게 점심 도시락을 먹이고 저녁거리까지 손에 쥐여줬다. 하지만 쉽게 돌아서지 못하고 이런저런 걱정을 쏟아냈다. “많은 사람이 왔다 가고 자기들만 남으면 허전할 텐데. 다음 날부터 먹을 게 없을 텐데. 잠금장치도 없이 애들만 사는 집에 누가 들어오면 큰일인데.”

사실 자매뿐만 아니라 자매가 사는 동네 사람들 삶의 수준은 비슷했다. 주거는 흙벽돌 집이 대부분, 군데군데 시멘트 벽돌 건물이 있었다. 아이들 절반은 맨발로 다녔다. 잠비아 1인당 국민소득은 3000달러(2018년 기준) 수준으로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다. 특히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아이들 교육의 저해 요인이기도 했다. 10㎞ 떨어진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에 월드비전은 교육 사업의 하나로 학교 안에 우물을 파주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날 방문한 뭄브와 지역의 ‘케네티 카운다 초등학교’가 그런 경우다. 유치원생 50명을 포함해 386명이 다니는 초등학교다. 이 학교 공터에 우물 펌프가 설치돼 있었다. 학교는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교육 자립에 성공한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그래서 내년에는 학교 관리 주체를 지역 공동체에 넘기고 월드비전은 철수한다.

운니야마 히에베 교장은 일행을 환영하고 학교와 학교 커뮤니티를 소개하면서 자립을 자랑했다. 월드비전이 학교 건물, 교사 숙소 등을 지어줬고 지금은 학부모 등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다른 교사시설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신축한 교사 건너편엔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언제 완공될지 기약은 없지만 교장은 도와 달라고 하지 않았고 스스로 잘하고 있고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터 중앙의 큰 나무 그늘에선 주민 10여명이 모임을 하고 있었다. 한국의 계모임과 비슷한 ‘세이빙스 그룹’이라고 했다. 월드비전 현지 직원인 티타멘지 시출라 루피아나씨는 “가난한 잠비아인들은 저축의 개념이 없다. 그러다 보니 목돈을 쥘 수 없다”며 “한 개인에게 돈을 몰아주는 이 모임을 통해 닭이 아닌 염소를 사서 소득을 높이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이날 축구공과 학용품을 선물하고 전교생 앞에서 자신의 삶을 간증했다. “공부가 하고 싶어 눈물로 기도했더니 하나님께서 듣고 신학교에 보내주셨다”며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우리의 기도를 들으신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이번 ‘밀알의 기적’ 일정에선 애초 계획에 없던 특별한 일들이 많았다. 김 목사는 비행기 안에서 신혼부부를 전도하고 무슬림 스튜어디스에게 복음을 전했다. 누구를 만나든 틈만 나면 “당신은 왕의 자녀, 빛의 자녀”라고 격려했다. 일정 마지막 날엔 치랑과 자매를 데려다가 3시간여 함께 쇼핑했다. 읍내 수준의 작은 쇼핑몰에서 옷, 신발, 담요, 학용품, 식료품을 사줬다. 목걸이도 선물했다. 김 목사는 “목걸이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자매에게 오늘을 특별한 날로 기억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카인두·뭄브와(잠비아)=글 전병선 기자, 사진 서영희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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