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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할리우드’, 결코 당연하지 않은 여성 차별을 꼬집다



“할리우드에서 회의할 때마다 물어요. 어린이 영화에 여자가 얼마나 적은지 아냐고요. 그럼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하죠. ‘이제 아니에요. 달라졌어요.’ 제 눈에 보이는 문제를 그들은 절대 보지 못해요.”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3)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배우 지나 데이비스의 말이다. ‘미디어 젠더 연구소’까지 설립한 그는 할리우드에 짙게 깔려있는 남녀 불평등을 수치로 짚어낸다. 이를테면 1990~2005년 전체관람가 흥행작 상위 101편 중 대사가 있는 역할의 72%는 남자의 몫이었다고.

“어린이 프로그램에서조차 여자 캐릭터가 훨씬 적어요. 여자는 재미있거나 중요한 일의 절반도 하지 못하죠.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고요. 여자는 남자보다 가치가 없다고 가르치는 거예요. 여자는 세상의 반도 차지하지 못한다고, 중요하지 않다고, 열등한 시민일 뿐이라고요.”

오는 3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감독 톰 도나휴)는 188편의 할리우드 영화들과 관련 산업 종사자 96인의 인터뷰를 토대로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 안팎에 만연한 기회 불균등과 성차별에 대해 꼬집는다. 친숙한 여배우들의 무거운 고백은 더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14세 때 연기를 시작했는데 남자 스태프 150명 사이에 여자는 저뿐이었어요.”(리즈 위더스푼) “디렉팅을 줄 테니 자기 무릎에 앉으란 감독도 있었어요. 거부하면 저를 그냥 트레일러로 보내버렸죠. 톰 행크스도 감독 무릎에 앉나요?”(샤론 스톤) “신인시절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거머리처럼 살아남아 이 판을 뒤집어 버리겠어. 다른 문화를 만들어내겠어.”(케이트 블란쳇)

영화는 인터뷰 영상과 유명 작품들 속 익숙한 장면을 교차 배치해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미디어의 차별적 문제들을 비판한다. 나아가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하나씩 깨부숴지면서 머릿속은 점차 명쾌해진다.

곳곳에 만연한 차별과 불평등, 그건 분명 영화만의 문제는 아닐 테다. “여자의 목소리를 내는 영화가 더 많아져야 해요. 여자가 원하는 것, 가치 있게 여기는 것,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메릴 스트리프) 96분. 전체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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