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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명호] 결정의 순간들



지도자의 결정은 조직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특히 정치지도자의 결정은 나라의 운명을 들었다 놨다 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 엄중함이나 책임감, 짓누르는 무게를 보통 사람들이 느끼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조그만 부서의 팀장이든, 거대 조직의 대표든, 나라를 이끄는 정치지도자든 결정에는 그 자리에 맞는 고뇌의 무게가 깃들기 마련이다.

대개 결정이나 선택에는 분석과 직관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굳이 가르자면 분석은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과학적 방법이겠고, 직관은 주관적 경험 등에 기초한 통찰력으로 보면 되겠다. 분석은 논리적 설명이 가능하지만, 직관에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중요한 결정이나 선택을 할 때 분석과 직관 중 어느 쪽에 더 의지할까. 그건 평소 그 사람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며 일을 처리해왔느냐는 성향에 달려 있겠고, 결정할 대상의 종류나 결정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요소, 시간적 촉박함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결정이나 선택에는 두려움이 있다. 결정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라 그 후에 벌어질 과정이 두려운 것이다.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결정의 순간이 중요하다. ‘좋은 계획에서 좋은 행동으로 가는 길처럼 먼 것은 아무것도 없다.’ 노르웨이의 격언이란다. 계획만 좋다고 다 좋게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결정과 실행이 다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달여 이어진 조국 사태가 일단 마무리됐다. 또 다른 관련 국면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진영 싸움이 검찰 문제만 부각시켰지 대통령이 추진하는 전체적인 개혁 작업에 무슨 도움을 줬는지 잘 모르겠다. 대통령이 어떤 분석 보고를 듣고, 어떤 직관을 갖고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다. 여러 결정을 했고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 꿈 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결정은 좋았는데 잘 안 됐다는 뜻인 것 같은데, 왜 이런 결과로 이어졌을까. 일어났으면 좋은 일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애써 무시한 탓이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적 비전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토대로 할 때 강력한 힘을 갖는다고 했다. 정권 출범 이후 왜 성과가 없는지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이 성찰할 시간이 온 것 같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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