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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홍콩 랜드마크에 자유의 여인상 세워

홍콩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랜드마크인 ‘사자산(Lion Rock)’ 정상에 13일 ‘자유의 여인상’이 설치돼 있다. 홍콩 시위대 수십명은 이날 새벽 높이 3m에 달하는 동상을 정상까지 짊어지고 옮긴 뒤 이를 설치했다. ‘자유의 여인상’은 방독면과 고글을 착용한 채 우산과 ‘홍콩 해방, 시대 혁명’이라는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의 ‘빈백(bean bag)건’에 맞아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여성을 형상화한 것이다. 오른쪽 위 작은 사진은 ‘자유의 여인상’을 아래쪽에서 올려다본 모습. EPA연합뉴스


“홍콩 시위가 초기보다 많이 누그러졌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홍콩에선 주말 동안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도심 곳곳에서 친중국 성향의 상점과 점포를 파손했고, 지하철에도 화염병을 던지며 역사 입구에 불을 질렀다. 주말 시위가 19주째 이어지면서 초기보다 참여인원은 줄었지만 시위는 더욱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3일 도심 곳곳에서는 중국 본토와 연관 있는 상점들을 타깃으로 한 시위대의 공격이 이어졌다. 친중국 성향의 맥심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 매장 곳곳에는 시위대가 벽과 테이블에 욕설과 구호를 휘갈겼고, 차이나모바일 매장 곳곳도 전시된 기물이 파손됐다. 시위대는 한 중국은행 점포에 설치된 현금인출기 여러 대를 부수고 불을 질렀다. 한 경찰관은 시위대에 목을 맞아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고, 경찰 로고가 부착된 차량도 습격을 받아 유리창이 깨졌다.

침사추이에서는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색종이로 접은 학을 연결해 ‘광복홍콩, 시대정신’ 등의 구호를 만들었다. 시위에 참가한 20대 여성은 “정부는 긴급법으로 시민들을 위협하고 겁을 주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을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 수십명은 이날 오전 홍콩 랜드마크인 사자산(Lion Rock) 정상에 ‘자유의 여인상’을 짊어지고 올라가 설치했다. ‘자유의 여인상’은 방독면과 고글을 쓰고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홍콩 해방, 시대 혁명’이란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있다. 경찰이 쏜 ‘빈백(bean bag)건’에 맞아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다.

시위대는 전날인 12일에도 홍콩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카오룽퉁 지하철역 안으로 화염병이 날아들어 역사 시설이 크게 훼손됐고 다른 지하철 역사 입구에도 화염병으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포착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나는 중국이 홍콩에서 대단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류 부총리에게 ‘몇 달 전 초기보다 (홍콩 시위가) 정말 많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그것(홍콩 상황)은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나는 이번 합의가 홍콩을 위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자찬했다. 앞서 그는 지난 7일엔 중국이 반정부 시위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자 중국을 치켜세우며 홍콩 시위에 대한 태도를 바꾼 셈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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