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오잎클로버



시월의 첫째 날 엄마가 가족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여러 개의 네잎클로버가 벤치 위에 놓여 있는 사진이었다. 엄마는 일터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벤치에 앉아 잠시 쉬는 중에 무심코 발밑을 내려다봤는데 네잎클로버가 한 개 보였다고 했다. 알고 보니 한 개가 아니었다. 한 개를 따면 그 옆에 하나가 더 있었고 그것을 따면 옆에 한 장이 더 보였다. 황금이라도 발견했다는 듯이 빠른 속도로 네잎클로버를 따서 벤치 위에 늘어놓고 세어 보니 무려 열일곱 개였다. 엄마는 그것들을 작은 잡지에 끼워 집에 들고 오면서 가족들을 떠올렸다. 아들, 딸, 사위, 며느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엄마는 며칠 전부터 한 아파트에서 청소 일을 시작했다. 그 넓은 아파트단지에서 열일곱 개의 네잎클로버를 찾은 사람이 다름 아닌 엄마라니. 그 말은 어쩌면 그 넓은 아파트단지에서 희망이 필요한 사람이 바로 엄마라는 뜻일 것이다.

엄마는 이번에는 가족단톡방이 아니라 내 카카오톡으로 한 장의 사진을 더 보냈다. “잘 봐. 이건 오잎클로버야. 자세히 보니까 한 개는 잎이 네 개가 아니라 다섯 개더라.” 나는 사진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엄마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나 지금 사람 만나. 바쁘니까 이런 것 좀 보내지 마. 문자 오는 소리 크게 난단 말이야.” 그날 일을 마친 뒤 나는 엄마가 보낸 사진을 확대해봤다. 정말로 잎이 다섯 개 달린 오잎클로버였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네잎클로버를 잘 찾았다. 수년 전에도 엄마는 일곱 개의 네잎클로버를 찾았다면서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귀띔해주었는데 오래지 않아 집안에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때만 해도 네잎클로버 덕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게 되었다. 더구나 오잎클로버라니. 나는 엄마에겐 관심 없다는 듯이 말했지만 내심 들뜬 마음으로 요 며칠간 행운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오잎클로버가 정말로 행운을 가져다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때때로 사람은 작은 희망으로 삶을 이어가는 존재라는 점에서 단기간의 행복감을 선사해준 것은 맞는 것 같다.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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