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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명호] 전 국민 스트레스



건강검진 결과 주의할 점 또는 어떤 질병 치료 뒤에는 ‘과도한 스트레스 금지’ 같은 처방이 늘 따라 나온다.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스트레스 없는 사람은 건강한 걸까. 의사나 심리학자들은 적당한 스트레스가 육체적 건강이나 정신적 건강에 좋다고 한다. 과도한 게 나쁘다는 것일 테다.

스트레스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전력투구했던 일이 성과를 냈을 때의 기분, 연애할 때 감정을 생각해 보라. 좋은 일을 겪었을 때 느끼는 기분 좋은 긴장과 흥분, 이것을 긍정적 스트레스(eustress)라고 한다. 긍정적 결과를 일으킨다. 가족과 사별을 한다든가, 하던 일이 실패로 결론 났을 때에는 부정적 스트레스(distress)가 발생한다. 당연히 부정적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그 원인이 대부분 뚜렷하므로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가 명확히 구별된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당사자의 환경과 상태, 평소 마음가짐, 대처 방식 등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이를테면 과제가 주어졌을 때 어떤 이는 자신감 없이 회피하려는 태도를 가져서 부정적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어떤 이는 자아성취를 향한 극복가능한 도전적 과제로 인식해 긍정적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 한 사람으로 인하여 전 국민이 온통 부정적 스트레스를 겪는 듯하다. 이번에 나타난 공정과 정의의 문제, 확연히 구분된 계층의 문제, 교육과정에서의 만연한 편법의 문제, 부와 계층의 세습 문제 등은 개개인의 마음속에 깊은 생채기를 냈다. 그래도 받아들이는 이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따라 긍정적 스트레스로 바꿀 수 있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해서 애써 찾아봤다. 없다.

무엇보다도 부정적 스트레스는 정치인들의 언동이 나라를 위한다기보다는 자기 진영을 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조선 시대 때 당파싸움을 21세기 4차산업 시대에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지식소매상을 자처한 어느 인사는 온갖 궤변과 요설로 하루하루를 도배한다. 추종자들은 퍼 나르기 바쁘다. 야당 지도자급 인사들은 이런 공세에 대응할 능력조차 갖추지 못했다. 상대방이 실수로 넘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게 전략인 듯하다. 대통령은 마치 국내 정치는 알아서들 하시라는 듯 말이 없다. 나라에 정치지도자가 없는 게 가장 큰 부정적 스트레스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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