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상 한국 ‘미역’과 일본의 ‘콘부’… 닮은 듯 다른 두 나라의 일상

관람객들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최근 개막한 ‘미역과 콘부-바다가 잇는 한일 일상’전을 둘러보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강원 강릉 정동진에서 미역 채취에 쓰던 ‘떼배’(왼쪽), 일본 아오모리현의 목조선 ‘이소부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1960년대 제주 해녀가 꼈던 물안경 ‘족쉐눈’(왼쪽),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사용된 목제 물안경 ‘미카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제주 해녀복 하의인 ‘소중이’(왼쪽), 제주 해녀복을 따라 지은 일본의 ‘조센’.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은 이 전시를 홍보하며 ‘진짜 공동 전시’라는 문구를 썼다. 전시를 보고 나면 진짜 그렇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옆에 있는 이 박물관이 최근 개막한 ‘미역과 콘부(다시마의 일본어)-바다가 잇는 한일 일상’전은 일본의 국립역사민속박물관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2002년 결연해 신뢰를 다져온 양 기관은 2015년 공동 연구 과정에서 이번 전시를 착안했고, 이후 3년에 걸친 조사 기간을 거쳐 전시가 꾸려졌다.

미역과 다시마는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오래전부터 일상의 음식으로 친숙한 해초다. 한국에서는 미역이 생일 같은 의례적인 행사에 더 사랑받고 있고, 일본에서는 다시마가 그렇다. 다시마를 뜻하는 일본어 콘부가 ‘기뻐하다(요로코부)’와 발음이 비슷해 축하 자리에 다시마가 나온다. 전시는 미역과 다시마처럼 닮은 듯 다른 한·일 문화 연구를 시각적으로 풀고 있다.

전시는 생선가게로 출발한다. 어물전 모형 뒤의 영상에서는 양국의 생선가게 주인이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수산물 식문화를 정겹게 설명한다. 두 나라 사람들은 어떤 해산물을 먹고 사는 걸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 뒤, 이어지는 전시 코너에서 답을 제시한다. 한국의 바다 문화를 그린 풍속화첩, ‘일본산해명물도회(日本山海名物圖繪)’ 등의 문헌 자료와 시각 자료가 나왔다.

곧이어 바다로 나간 기분을 주듯 한국에서 미역을 채취할 때 쓰던 떼배, 일본에서 다시마를 딸 때 쓰던 배인 이소부네의 실물 모형과 어구들이 나왔다. 풍랑에 목숨을 잃기 다반사인 바다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신앙과 생계의 근거인 갯벌 등의 문화도 비교할 수 있게 제시됐다.

전시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른 대형 스크린에는 어업 관련 사진 자료들이 영상처럼 지나간다. 연구 전시가 가질 수 있는 함정인 지루함을 이런 시각적 스펙터클함으로 보완한다. 구석구석 양국의 어업 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내용이 실물과 자료, 영상으로 제시해 지루할 틈이 없다.

1부 ‘바다를 맛보다’, 2부 ‘바다에서 살아가다’에 이은 3부 ‘바다를 건너다’가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양국의 어업 교류사를 다루는데 어쩔 수 없이 껄끄러운 과거인 일제강점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착취’가 조선에서 상업적 자극이 되기도 하고, 한국의 해녀 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가 수용되는 등 민간 교류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미역만 따던 제주 해녀들이 일본에 고용돼 일하면서 전복을 따서 수출할 줄 알게 되고, 잠수경을 사용하게 되는 대목이 그렇다. 또 상의를 벗고 물질하던 일본 해녀들이 한국 해녀들에게 배워서 상의를 만들어 입고 해녀복 이름을 ‘조센’이라고 부르는 등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하는 교류사의 이면이 흥미롭다.

구루시마 히로시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장은 최근 방한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바다를 둘러싼 양국 민속 현상을 다룬 연구와 전시는 처음”이라면서 “이런 문화적 교류가 계속 이어지면 양국 간 어려운 외교 관계도 극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 2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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