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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제원호 교수] “신앙과 과학은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

제원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신간 ‘과학, 창세기의 우주를 만나다’를 쓰게 된 계기를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기묘하면서도 감동적인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쿠퍼가 생존 위협을 마주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여행을 다녀온 뒤 딸을 마주하는 장면이다. 지구를 떠날 때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던 쿠퍼와 달리 딸은 임종을 앞둔 할머니가 돼 있었다. 우주의 한 행성에 있던 아버지의 1시간은 딸이 있는 지구의 7년과 맞먹었다. 아버지와 딸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른 셈이다. 이 장면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반영돼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E=mc²)으로 시간의 개념을 정확히 규정했다. 핵심은 누가 시간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르게 관측된다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과 각자의 위치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서로 다르게 느끼는 것이 ‘시간의 상대성’인데, 이를 잘 설명하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다.

영화 이야기에 천재 물리학자의 이론까지 끄집어낸 건 신간 ‘과학, 창세기의 우주를 만나다’(패스오버) 때문이다. 이 책은 성경의 천지 창조를 물리학 법칙으로 설명한 책이다. 시간 공간 빛을 물리학으로 설명하며 성경의 6일 창조와 우주의 나이 140억년과의 시간적 간극을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좁혀나가는 내용이 담겼다.

저자 제원호(59)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지난 8일 관악구 대학 연구실에서 만났다. 제 교수는 2011년 미국 고든콘웰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 학위를 받은 신학도다. 그는 우주의 나이로 고민하는 기독교인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교회는 창세기 1장 말씀을 근거로 6일간 세상이 창조됐다고 하고, 학교는 과학자의 연구 결과 우주의 나이가 140억년에 이른다고 말한다. 성경과 과학 지식의 충돌은 기독교인, 특히 지성인과 다음세대가 신앙에서 멀어지게 하는 주요인이 된다. 이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 신학계 일각에서는 창세기 1장에 등장하는 ‘날’(Day)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긴 시간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제 교수는 성경에 언급된 천지 창조의 날이 오늘날 24시간과 동일하다고 본다. 창세기 1장에서 ‘날’이란 의미로 쓰인 히브리어 단어(yom)가 아담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3장에서도 등장하는데 1장만 특별히 긴 시간으로 해석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지칭할 때 쓰는 히브리어 단어(toledot)는 따로 있다.

6일 창조의 비밀을 푸는 관건은 ‘관찰자에 따른 시간의 상대성’에 있다. 2019년 현재 지구상의 시계로 측정했을 때 우주 태초의 사건은 140억년 전 일이다. 하지만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시점에서는 단 6일간의 사건이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초기 우주는 무한히 큰 에너지에 의해 폭발됐고 매우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지금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빅뱅 직후에 비하면 정지 상태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리다. 초기 우주의 시간이 오늘날 우주의 시간보다 매우 느리게 흘렀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빅뱅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 파장으로 초기 우주와 지금의 시차를 구해보면 초기 우주의 시간은 지금보다 3조 배 느리게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빅뱅 직후 첫 물질이 생겼을 때의 1초는 지금 지구상의 3조초, 즉 9만년 정도다. 이를 활용해 계산해보면 첫날 24시간은 80억년에 해당한다. 우주가 팽창하며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까지 고려해 정밀히 따져보면 6일까지의 기간은 대략 140억 년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렇듯 이해가 깊어지면 과학과 신앙은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란 사실을 알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과학은 보이는 현상의 이유를 밝혀 이면의 보이지 않는 법칙을 설명한다. 반면 신앙은 보이지 않는 영적 실상으로 시작해 인간 사회 등의 현상을 다룸으로써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결국 접근 순서만 다르지, 다루는 대상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제 교수는 2002년 서울대 기독 교수들과 함께 서울대학교회를 세웠다. 대학 2학년 때 세례를 받은 서울 충신교회 평신도 선교사로서 2010년까지 이 교회에서 매주 예배를 드렸다. 지금은 서울 용산구 조이어스교회 장로다.

그는 물과 소리의 창조를 물리학적 개념으로 다룬 내용을 정리해 오디오북과 이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제 교수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은 그 어떤 스펙보다 중요한 자질”이라며 “이를 갖춘 다음세대를 길러내는 데 이 책들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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