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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악, 여자처럼 가슴이 부푸네”… 1030 남성 ‘냉가슴’ 는다


 
담소유병원 이성렬 박사(서 있는 이)가 지난 26일 여성형유방증 관련 내용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성호르몬 불균형 탓 유선조직 발달
식습관·생활패턴 변화도 한몫
탈모치료제 부작용으로 생기는 경우도
4년새 42%↑… 1030이 전체 절반 차지
19세 이후 증상 지속땐 수술해야


김모(17)군은 중1 때부터 여자처럼 가슴이 봉긋 솟으면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았다. 단순히 살이 쪄서가 아니라 ‘여성형 유방증’ 때문이란 병원 진단을 받았다. 청소년의 경우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3년간 경과를 지켜봤으나 나아지지 않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대인관계도 불편해졌다. 박모(35)씨는 2년 전 탈모치료제를 먹고 한 달쯤 뒤부터 가슴이 단단해지고 부풀어 올랐다. 병원에서 탈모약 부작용일 수 있으니 복용 중단을 권유했다. 1년 정도 탈모약 없이 지냈으나 가슴 비대가 지속돼 근심이 커졌다.

여성형 유방증(일명 여유증)은 남성의 가슴이 여성의 유방처럼 발달돼 돌출되는 질환이다. 대개 살이 쪘다고 생각하고 다이어트나 운동으로 없애보려 시도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젖꼭지 아래쪽에 멍울이 잡히기도 하고 드물게는 통증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외출 기피나 대인공포 등 심리적 위축을 부른다. 이런 남성 여유증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유증 진료 환자는 1만9565명으로 2014년(1만3732명)에 비해 42.5% 증가했다. 여유증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들이 적극 치료에 나서는 추세다.

지난해 환자 기준으로 20대가 28.5%로 가장 많았고 10대(17.9%) 30대(12.0%) 60대(10.5%) 70대(10.3%) 50대(8.9%) 40대(7.2%) 순이었다. 10~30대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46.4%)를 차지해 젊은 남성들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사춘기 이후 8~10%는 성인까지 지속

여유증은 여성의 가슴에만 있어야 하는 유선(젖샘) 조직이 남성에게도 발달해 나타난다. 비정상적인 유선 조직 때문에 가슴이 봉긋하게 나오는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식습관과 생활패턴 변화로 청소년기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유선 조직의 비정상적 발달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과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비율이 달라서 생기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사춘기 때 남성과 여성 호르몬 불균형으로 유선 조직이 증식하는 일시적 신체변화가 많이 관찰되기도 한다.

신경안정제, 이뇨제, 결핵치료제, 심혈관치료제 등 복용 약물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노화로 인한 남성 호르몬 감소, 고환 종양과 염증 등에 따른 여성 호르몬 증가도 여유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염색체 이상 희귀질환인 ‘클라인펠터증후군’ 환자도 여유증을 겪을 수 있다.

근래엔 탈모 인구가 증가하며 사용이 늘고 있는 먹는 탈모치료제(피나스테라이드 성분)의 부작용으로 여유증이 발병하는 사례가 더러 보고되고 있다. 탈모약으로 인해 남성 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줄거나 내분비계에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유증은 구성 성분에 따라 유선 조직이 대부분인 ‘진성 여유증(유선 조직형)’과 유선 조직 안에 지방이 많이 포함된 ‘가성 여유증’으로 구분된다. 외관상으로는 두 유형을 구분하기가 여의치 않고 치료 방법도 동일하다.

담소유병원 여유증클리닉 이성렬(외과 전문의) 박사는 “10대 청소년의 여유증은 대부분 유선 조직형인 경우가 많은데, 사춘기 시절인 12~15세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1~2년 지나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없어지지만 8~10%는 만 19세가 넘어도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성인 여유증은 자연 소멸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대부분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사춘기가 지난 후에도 가슴이 봉긋하면 유방 초음파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여유증은 가슴 양쪽이 동일한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양쪽 모양이 다른 비대칭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담소유병원이 세계미용성형학회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비대칭 여유증의 경우 전체 환자의 4% 정도에서 나타나며 한쪽만 여유증인 경우와 양쪽 모두 여유증인데, 모양이 다른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 박사는 “특히 비대칭 여유증을 한쪽만 여유증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유방초음파 검사를 해 보면 반대쪽에 유선 조직이 있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유증은 또 유선 조직 발달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분류한다. 1단계는 유선 조직이 유두(젖꼭지)와 유륜(유두 주변 흑갈색 부분) 아래에 국한돼 피부 처짐 없이 약간의 가슴이 발달된 경우다. 2A 단계는 피부 처짐 없이 중간 정도의 가슴이 발달돼 있을 때다. 2B 단계는 피부 처짐을 동반한 중간 단계 가슴 발달일 때, 3단계는 피부 처짐을 동반한 뚜렷한 가슴 발달일 경우 해당된다. 2A 단계 이상 진단받으면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건강보험도 적용받는다.

유방암과 증상 비슷해 감별해야

여유증도 통상 여성처럼 유방X선촬영이나 초음파검사로 판정하는데, 가슴 근육층 아래 유선 조직층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게 필수다. 여유증 치료는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다. 여유증이 생기면 가슴 구조가 여성의 유방과 같아지게 돼 유선 조직을 기본으로 유두, 유관 등이 존재한다. 한 번 생성된 유선 조직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유선 조직이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으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유선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 지방층도 지방흡입술을 통해 제거해야 미용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수술은 유륜 아래를 1.5㎝ 정도 절개해 유선 조직을 제거하고 지방조직도 흡입해 낸다. 수술 시간은 30분(양쪽) 내외다.

이 박사팀은 최근 탈모 치료제 복용 여유증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 연구를 통해 수술과 지방흡입을 통해 유선 조직을 완벽히 제거하면 탈모약을 계속 먹어도 여유증 재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논문은 미국 남성건강학회지(AJMH) 게재가 확정된 상태다. 이 박사는 “여유증 수술은 경험이 풍부한 의사와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대비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우상욱 교수는 “젖꼭지 아래에 멍울이 잡히면 여유증일 수 있는데, 남성 유방암도 비슷한 특징이 있다”면서 “여유증인지, 암인지 스스로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멍울이나 혹이 만져지면 유방 전문의 진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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