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 CEO 담판으로 풀리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조만간 만날 것으로 보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간 회동을 양사가 추진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르면 추석 이후에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동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전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치닫던 SK와 LG가 CEO 회동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CEO 간의 만남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그동안 ‘선 사과 후 대화’를 고집하던 LG화학이 ‘조건 없이 대화의 자리에 나올 수 있다’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만나서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화가 생산적인 방향으로 가려면 SK이노베이션의 사과와 보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LG화학 관계자는 “소송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차원”이라면서 “사과와 보상 이야기가 없으면 그 이상 대화는 이어가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CEO 간의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결국 총수 간의 만남이 성사돼야 갈등이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두 회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만큼 한쪽이 양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인 CEO 선에서 화해를 할지를 결정하기엔 사안이 너무 커졌다”면서 “결국 총수 선에서 의사 결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 업체들이 소송전을 벌이는 동안 유럽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 CNBC 등 외신은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두 번째 유럽 배터리 생산 컨소시엄 조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규모는 약 10억 달러(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외신들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아시아 업체들과 경쟁할 유럽 배터리 업체를 물색하는 BMW 등 독일 업체들이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동안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어왔던 독일 폭스바겐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업체 간 소송전이 한국 업체와 거리 두기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에서 패소하는 업체는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정상적인 사업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미리 대안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LG화학은 “폭스바겐이 아시아 물량을 줄이고, 배터리 공급을 내재화하겠다는 전략은 소송과 상관없이 이미 발표된 내용이며 노스볼트와의 합작사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라며 소송과 무관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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