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 꾸러미 감사합니다”… 백사마을에는 섬김의 달 뜬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이 9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연탄교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섬김’ 행사를 열고 있다. 연탄은행 제공


백사마을 주민 김모씨가 지난 5월에 쓴 편지. 유족이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해 전달했다. 연탄은행 제공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년년이(해마다) 104마을 어르신 초대하여 식사도 하고 선물까지 마련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각 가정마다 봉사자님과 연탄도 넣어주시고 연탄교회에서 쌀도 주고 라면도 줘서 고맙읍(습)니다. 우리 104마을은 목욕탕도 없었읍(습)니다. 연탄은행에서 목욕탕을 만들어 주었읍(습)니다. 매주 목욕할 수 있어 행복함(합)니다.”

백지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이 편지는 에너지 빈곤층이 밀집해 있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백사마을’에서 50년 거주한 김모(77·여)씨가 썼다. 김씨는 지난달 19일 백사마을 연탄교회 앞 평상에서 주민들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119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병원 응급실에서 숨졌다. 심장마비였다.

경제적 이유로 지방에 떨어져 살던 김씨의 아들이 장례 후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이 편지가 나왔다. 편지는 지난 5월 14일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이 백사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서울대공원으로 봄나들이를 간 전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들은 유언 없이 삶을 마감하는 독거노인도 많은데 그나마 편지가 남아서 감사하다는 뜻과 함께 연탄은행에 20만원을 전달했다.

연탄은행은 9일 백사마을 연탄교회에서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섬김’ 행사를 진행했다. 가족들을 만나는 기대로 설레는 추석 연휴이지만 경제적 이유로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빈곤 노인들에겐 더 견디기 힘든 시기이다. 연탄은행 직원들이 ‘야곱의 축복’이란 제목의 공연을 펼쳤고 허기복 목사가 말씀을 전했다.

‘추석 선물 꾸러미’도 나눴다. 독거노인을 위한 필수품 세트로 불릴 만했다. 연탄은행은 “아침 모닝커피 한잔으로 시작해, 맛있는 절편 송편을 먹고, 기름 둘러 참치전 하고, 간장으로 잡채 맛 내고, 참기름으로 때깔 주고, 고추장으로 제육볶음 하고, 소금 설탕으로 맛 내고, 출출할 땐 모여 앉아 라면 한 그릇, 잠자기 전에 샴푸하고 양치하고, 개운하게 꿈나라로 슝~”이라고 적힌 사용 설명서도 넣었다. 소금 설탕 간장 고추장 식용유 참기름 라면 참치통조림 커피믹스에 샴푸와 치약 칫솔 및 송편까지 하나씩 담긴 선물 세트였다.

허 목사는 “올해는 이른 추석이어서 사회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했지만, 어르신들과 함께 꼭 필요한 생활용품을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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