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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소미아 번복 안되면 주한미군 철수 충동 결정 내릴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잔디밭)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불신을 표출하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압박하는 그의 태도가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환경에 큰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한국에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하고 있다. 한·일 갈등에서 촉발된 문제가 한·미 관계 악화로 전이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민일보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인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국장,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과 긴급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되돌릴 것을 조언했다.

특히 매닝(사진)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결정을 내려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소미아 연장 요구를 거부하는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철수라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우스(사진) 국장은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으로 방향을 선회하더라도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압박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을 결정할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들에 대한 불신이 더 큰 위협”이라며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들에 불신을 표출하고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에 강한 비판을 가한 것이다.

다음은 두 전문가와의 일문일답.

-미국 정부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11월 22일까지 한국이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지소미아 연장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우스 국장=나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하기를 희망한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을 결정하는 데에는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의 진전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진전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과의 분쟁을 수습할 정치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변수를 제외할 경우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일본이 한국에 취한 무역 제한 조치들을 폐지하는 것이다.

△매닝 선임연구원=문재인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잠재적으로 위험한 실수다. 이 결정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다. 지소미아의 핵심은 위기 상황에서 한·일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다. 최근 북한은 7차례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과 일본의 영공을 침범했다. 한국이 일본에 대한 분노와 원망을 지소미아 종료로 대응할 안보 환경이 아니다. 미국의 반응과 요구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에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가우스 국장=일본이 한국에 대한 무역 제한 조치들은 잘못됐다. 미국 정부는 일본에도 한국에 가한 무역 제한 조치들을 철회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

△매닝 선임연구원=지소미아 문제를 한·일 무역분쟁과 연관시키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이 처한 안보 위기는 무역 문제와 별개 사안이다. 미국은 역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에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떠맡는 데 태만했다. 미국은 한·일 양국이 서로 상대방에 대한 제한 조치들을 철회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과 중국만이 이득을 볼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지할 경우 미국은 한국에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가우스 국장=내 생각에 지소미아는 유지하면 좋은 것이지만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다. 지소미아 없이도 한반도 안보는 잘 관리됐다. 그러나 지소미아는 정보 공유를 체계화했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에 지소미아로 복귀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너무 강한 압박을 가해선 안 된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로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동맹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이 더 큰 위협이다.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것이 더 위험스럽다. 한국이 지소미아로 복귀할 경우 중국과 북한은 불만을 표시하겠지만 크게 문제 삼을 것 같지는 않다.

△매닝 선임연구원=한국의 행동은 한·미동맹의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결정을 내려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되돌리면 미국의 이런 압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우스 국장=미국은 한국의 지소미아 복귀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별개의 사안이라고 본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으로 방향을 선회하더라도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압박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을 결정할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매닝 선임연구원=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미국을 이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50% 이상을 지불하고 있는데도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 신중히 판단해야 하며 한·미동맹에 얼마나 가치를 부여할지 결정해야 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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