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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다”… 민주화시위 문신으로 새기는 홍콩 젊은이들

홍콩의 한 젊은이가 팔에 우산과 꽃의 형상으로 문신을 한 모습. 우산은 5년 전의 ‘우산혁명’을 기리기 위한 것이고 꽃 모양은 홍콩의 상징 꽃인 ‘바우히니아’(자형화)다. NHK 캡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80일을 넘어선 가운데 청년들 사이에서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문신을 새기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NHK방송은 28일 홍콩 젊은이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를 5년 전 ‘우산혁명’에 빗대 우산 모양 등의 문신을 새기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문신 스튜디오들 중에는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 무료로 새겨주는 곳도 있다고 NHK는 전했다. 문신 예술가인 자다 람(28)은 최근 2개월 남짓 사이 200명 이상에게 항의 의지를 모티브로 문신을 새겨줬다고 NHK에 말했다.

지난 6월 9일 시작된 홍콩 시위는 27일로 80일을 맞아 홍콩 역사상 최장기 민주화 시위로 기록된 가운데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청년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 활동을 기억하기 위해 유행처럼 문신을 새기고 있는 것이다.

인기 있는 문신 디자인은 2014년 우산혁명에서 따온 우산 모양과 홍콩의 깃발(旗)에 새겨진 꽃 ‘바우히니아’(자형화·紫荊花), 피를 흘리는 눈동자 등이다. 홍콩을 한자로 한 ‘香港’(향항)을 새기거나 영어로 ‘Made in Hongkong’(메이드 인 홍콩)을 새기는 경우도 있다.

우산과 꽃을 혼용한 문신도 있다. 우산이 꽃을 지키는 듯한 문신을 새긴 남성은 문신을 보면 무엇을 위해 시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지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타투(문신)는 최근 홍콩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처럼 어떤 일이 있어도 지울 수 없는 것”이라며 “문신을 새긴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 흘리는 눈동자 문신은 지난 11일 한 여성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빈백건(bean bag gun)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 데서 모티브를 따왔다. 홍콩의 문신 아티스트 리치 핍슨은 인스타그램에 두꺼운 검은 선으로 그려진 한쪽 눈에 커다란 붉은 핏방울이 떨어지는 문신을 올렸다. 의뢰인은 경찰에 의해 부상당한 여성과 ‘심각하게 상처받은’ 민간인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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