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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일 만에 깨진 홍콩 평화시위… 돌아온 최루탄·화염병

홍콩 경찰이 25일(현지시간) 취안완 공원에서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헬멧과 고글, 방독면 등 장비를 갖춘 시위 참가자가 경찰을 향해 새총을 당기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0일간 ‘비폭력’으로 진행되던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에 화염병과 최루탄,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이 다시 등장했다. 경찰은 물대포까지 배치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하지만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생들까지 수업거부에 동참키로 하고 야간에 대규모 인간띠 잇기 행사도 펼쳐지는 등 시위 양상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홍콩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전선이 오는 31일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경찰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홍콩 시위대는 25일 콰이청 운동장에서 집회를 연 뒤 오후 3시부터 취안완 공원까지 걷는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처벌, 체포된 시위대 석방 등의 요구사항과 “홍콩인 힘내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비가 쏟아지는 악조건에서도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입은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홍콩 당국은 시위 장소 부근의 지하철역 운행을 중단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오후 5시를 넘어서면서 행진의 종착지인 취안완 공원은 시위대로 발디딜 틈이 없었고 영어로 “자유를 위해 싸우자”라는 구호가 곳곳에서 들렸다. 곧이어 근처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자 경찰은 5시30분쯤부터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가 보도블록 등을 던지며 거칠게 저항하자 경찰이 시위 현장에 물대포를 배치했다. 시위대는 한발 물러서더니 다시 화염병을 던지며 대치했다.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자 군중 속에선 환호가 터져나왔다. 경찰은 곧바로 최루탄을 쏘며 맞대응하는 등 불과 15m 정도 거리를 두고 시위대와 경찰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경찰은 시위대의 기세가 수드러들지 않자 물대포 2대를 추가로 배치했다. 물대포는 1분에 1200ℓ의 물을 50m 이상 쏠 수 있고, 최루가스와 염료를 물속에 섞을 수도 있다. 경찰이 물대포를 앞세워 위협하자 시위대는 뒤로 물러섰고,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취안완 지역에서는 경찰관 7명이 시위대에 폭행당할 위기에 처하자 한 경찰관이 권총을 꺼내 허공에 경고 사격을 하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와 경찰관 몇 명은 바리케이드에 걸려 넘어지거나 충돌과정에서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시위대는 전날에도 쿤통 지역에서 집회를 마치고 행진을 하다 응아우타우콕 경찰서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일부 시위대는 길가에 세워진 ‘스마트 가로등’의 감시카메라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가로등 밑을 전기톱으로 절단해 넘어뜨렸고, 테니스 라켓을 이용해 경찰이 쏜 최루탄을 되받아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2일 홍콩 도심에서는 중·고교생 수천명이 송환법 반대 집회를 갖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100여개 학교에서 매주 1회 수업거부를 하기로 했다. 또 10대학 학생들도 새 학기부터 2주간 수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홍콩 시민들은 지난 23일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각 지하철역을 연결해 총 45㎞가 넘는 거대한 인간띠를 만드는 ‘홍콩의 길’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스마트폰 손전등 기능을 이용해 촛불 시위를 펼쳤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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