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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출혈 커지는데… 트럼프 “난 선택받은 사람” 강변

사진=AP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과 미국 경제 모두 타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미·중 양측은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상대가 무너지거나 두 손을 들 때까지 버티는 ‘치킨게임’을 감수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대통령은 스스로 무역전쟁을 위해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강변했고,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대장정 정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주요 2개국(G2)의 자존심 싸움에 세계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로부터 미·중 무역전쟁 관련 질문을 받자 “나는 선택받은 사람(the Chosen One)”이라고 말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그는 “이것은 다른 대통령들이 오래전에 했어야 하는 무역전쟁”이라며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을 내가 떠맡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위대한 일을 하도록 이곳에 배치됐다”며 “내가 무역으로 중국을 상대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기고 있다”고 자평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기독교 신학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받은 자’이자 구세주로 본다”며 “그의 발언은 기독교 신자들에게 불쾌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도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등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CBO는 추가 관세 인상이 경제성장을 억누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재정 지출 확대 등으로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가 사상 처음 1조 달러(약 1203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농민들은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을 발표하자 패닉상태에 빠졌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농산물 수출액은 91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3% 줄었다.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도 지난해 9월 전후 1년간을 비교했을 때 70% 이상 줄었다. 미 농가소득이 2013년 1234억 달러에서 지난해 630억 달러로 49%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경제 역시 타격이 심각하다. 중국의 지난달 산업생산 증가율은 4.8%로 1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2분기 성장률은 6.2%에 그쳤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가 현실화된 데다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한 회사채 디폴트 위험, 실업률 상승 등 위기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또 무역전쟁 여파로 폭스콘이 중국 내 공장 이전을 검토하는 등 기업들의 ‘탈중국’ 바람도 심상찮고, 중국 증시의 자금이 속속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시 주석은 최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역사 과정에서 새로운 시대의 장정의 길을 제대로 걸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미국과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독일 중앙은행이 자국의 경기침체를 경고하는 등 파장은 세계경제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 분데스방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월간보고서에서 3분기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계속 하락할 수 있다며 2분기(-0.1%)에 이어 3분기에도 역성장을 기록하면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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