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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내시경 관찰 길수록 조기위암 발견 유리’ 실증적 규명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장 박재명 교수(오른쪽·소화기내과)가 조기위암을 치료내시경으로 도려내는 위점막하박리술(ESD)을 시술하고 있다. 박 교수는 내시경 검사 시 관찰시간이 길수록 조기위암을 놓칠 위험이 반감된다는 사실을 2017년 실증적으로 규명, 국내외 의학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위암센터(센터장 박재명·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암 관련 최고 전문가들로 꾸려진 다학제(多學制) 진료 체제가 강점이다. 위장관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교수들은 물론 임상영양사와 전문 간호사, 임상시험 코디네이터, 기초의학자 등 여러 과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하는 체제다. 이들은 매주 1회 이상 협진 회의를 열어 수술 전·후 내시경 검사, 수술 계획, 영상의학 및 병리학 검사 소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환자 개인 맞춤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며 최신 의학 지식을 축적하는 데도 열심이다. 2018년 국가 암등록 사업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새로 발견된 위암 환자 수는 모두 3만504명이었다. 전체 암 발생의 13.3%를 차지해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에 오른 대장암(12.3%)보다는 1.1% 포인트, 3·4위에 오른 갑상선암(11.4%)과 폐암(11.2%)보다는 1.9~2.1% 포인트 많은 숫자다.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장 박재명 교수의 도움말로 여전히 한국인 암 발생 순위 1위 자리를 굳건히 고수하고 있는 위암을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박 교수의 전문 분야는 조기 위암과 조기 식도암 내시경 치료다. 내시경 검사 시 조기 상부 위장관 종양을 놓치지 않으려면 오래 관찰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증명한 공로로 2017년,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Q. 위암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A. 위암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남미 국가에서 잘 발생한다. 왜 이들 국가에서 유독 위암이 잘 발생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학계는 아마도 맵고 짠 음식, 절임 식품을 즐겨 먹는 식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특히 염장 식품과 가공식품의 과도한 섭취, 그리고 소화성 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균 감염, 인간 감마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EBV) 감염 등을 주요 위험인자로 꼽고 있다.

Q. HP균도 위암을 일으키는가.

A. 물론이다. 위는 고강도 위산을 분비하지만 점액질도 같이 분비해 위벽을 보호한다. 하지만 HP균에 감염되면 이 점액질 분비 능력이 급속히 퇴화,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위 속에서 HP균이 발견되고,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궤양까지 발병한 경우 반드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위암 환자 2명 중 1명은 HP균 감염이 종자가 됐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Q. 위암이 잘 생기는 부위는?

A. 위는 주머니 형태의 장기로 식도와 연결돼 있다. 위벽은 또한 안쪽으로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 등 모두 4개 층으로 돼 있다. 위암은 제일 안쪽 점막층에서 시작해 점차 근육층으로 파고드는 형태로 진행한다. 위암 발생 시 이들 4개 층 중 어느 층까지 암세포가 파고들었는지, 나아가 주변의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됐는지 여부에 따라 치료 결과도 달라진다.

다른 장기나 림프절 전이가 없고, 암세포가 점막하층 정도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조기위암이라 지칭한다. 조기위암은 내시경 시술만으로도 제거가 가능하고, 치료 시 5년 이상 장기 생존 가능성도 96% 이상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한국인 위암은 위 유문부와 체부에 주로 생긴다. 반면 서양인은 위 분문부 암이 많다.

Q. 위암을 암시하는 증상은?

A. 위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고, 있다고 해도 흔한 소화불량 증상과 비슷하다. 증상만으로 위암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위암은 어느 정도 진행해야 상복부 불쾌감, 팽만감, 동통, 소화불량, 식욕부진, 체중감소, 빈혈 등의 이상 증상을 나타낸다. 그러다 후기 위암으로 발전하면 유문부(위장 출구) 막힘에 의한 구토, 출혈성 토혈이나 혈변, 분문부(위장 입구) 막힘에 의한 삼킴 장애 등을 겪게 된다.

Q. 위암은 어떻게 진단하나?

A. 위암 진단은 속칭 위 투시검사로 불리는 상부 위장관 X-선 촬영과 위내시경 검사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진단율에 큰 차이는 없다고 보지만, 아무래도 내시경 검사가 유용한 편이다. 혹시 이상 병소가 발견될 경우 확진을 위한 조직검사까지 수행할 수가 있어서다.

위암 진단 후에도 병기 설정을 위해 내시경 초음파(EUS),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 단층촬영(PET-CT)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A. 위암은 가능한 한 조기에 발견, 뿌리째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조기 위암의 치료는 위 일부 또는 전체를 잘라내지 않는 내시경점막하절제술(ESD)이나 복강경 수술, 혹은 로봇수술을 시행해 위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반면 재발 위험이 높은 3기 이상 진행성 위암의 경우엔 치료 후 삶의 질 유지보다생존율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이때는 위 절제수술도 주위 림프절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아울러 재발 방지 목적으로 항암화학요법을 보조적으로 시행,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

Q. 내시경으로 조기위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A. 특수 내시경 칼로 암 조직만 도려내 위를 보존해주는 치료법이다. 위암의 전단계인 위선종과 림프절 전이가 없는 조기위암에 주로 적용된다. 수술 흉터가 전혀 안 남고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회복이 빠른 이점이 있다. 입원기간도 짧고 치료비도 적게 든다. 자기 위를 보존하게 되므로 치료 후 삶의 질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선 레이저나 플라스마 빔 등으로 조기위암 조직을 태워 없애는 치료를 할 수도 있다.

단, 이 경우 주의할 게 있다. 시술 전·후 좀더 철저한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위암 환자 10명 중 1명은 동시에 두 개 이상의 암 병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암 한 개가 발견됐을 때 다른 부위에 암이 더 있는 것은 아닌지 위 전체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Q. 국내 위암 환자들의 생존율은?

A. 위암은 다행히 발암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기만 하면 96.5% 이상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암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40세 이상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위 투시검사를 받도록 하는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위암을 초기에 조기 발견하기 쉬운 환경이다.

현재 한국인 위암 환자들의 5년 평균 생존율은 76%다. 미국(32.1%)등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적이다.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의 위 투시 검사와 종합건강검진의 위 내시경 검사가 한국인 위암 생존율을 높이는 데 공헌하고 있는 셈이다.

Q. 위암 예방 수칙은?

A. 위암을 예방하려면 정기검진의 생활화 외에 건강한 식습관 유지와 금연 실천이 필수적이다.

정기검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위암을 조기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40세 이상 성인은 누구든지 1∼2년에 한 번씩 위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물론 20~30대 젊은이라 하더라도 소화기 이상 증상이 잦은 경우 위 투시검사 또는 위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아울러 싱겁게 먹는 습관을 길들이고, 고기류는 익힐 때 태우지 않도록 조심하며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지금 당장 담배를 끊는 게 좋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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