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책방 운영하며 삶으로 전도… “단골 손님이 성도 됐어요”

경기도 양평 공명교회가 지난달 외부 강사를 초빙해 개설한 십자수 강좌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 공명교회 제공
 
‘책보고가게’ 책방지기이자 공명교회를 공동 목회하는 백흥영(왼쪽) 황인성 목사. 양평=송지수 인턴기자
 
교회이자 마을 책방인 건물 외벽에 ‘책보고가게’ 간판이 붙어있다. 공명교회 제공


공명교회는 경기도 양평 교평리의 한적한 전원마을에 있다. 농로와 전원주택 사이를 지나 둔덕을 넘으면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 민가가 드물어 교회가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곳이다. 교회가 있는 건물엔 ‘책보고가게’ 간판과 ‘공명교회’ 입간판이 공존한다.

지난 14일 이곳 입구에 들어서니 책이 가득 찬 나무 서가와 좌식 공간으로 꾸며진 ‘공유 서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132㎡(40평) 남짓한 공간에는 이 외에 서점, 카페, 세미나실도 들어서 있다. 서점에는 동화나 인문·사회과학, 자녀교육 등 종교색이 없는 책이 대부분이다.

황인성(40) 백흥영(42) 목사는 ‘책보고가게’ 책방지기이자 공명교회 공동 목회자다. 이곳은 주중엔 어린이도서관이자 북카페로, 주말엔 공명교회 예배공간으로 변신한다. 황 목사는 “엄밀히 말해 교회가 서점을 운영하는 게 아니고, 교회가 서점 공간을 빌려 쓰는 형식”이라며 “서점과 교회의 재정 운영을 따로 해 자립성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와 나의 삶이 맞울리는 곳, 교회

황 목사와 백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동문이다. 수원성교회에서 신앙을 키웠고 선교사를 준비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양평에서 같이 개척교회를 세운다는 계획은 애초에 없었다. 둘 다 양평에 아무런 연고도 없기 때문이다.

먼저 양평에 터를 잡은 건 황 목사다. 영국에서 선교학을 공부하며 평신도 선교사로 활동했던 그는 국내를 선교지 삼아 사역하자는 생각으로 이곳에 정착했다. 교회 설립 시 힘을 실어줄 ‘개척 멤버’ 한 명 없이 가정예배로 집에서 교회 사역을 시작했다.

해외 선교를 하며 팀으로 사역하는 데 익숙했던 그는 동역자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백 목사에게 공동 목회를 요청했다. 백 목사는 영락교회와 상도중앙교회 등을 거쳐 가정예배 관련 책을 여럿 낸 가정사역 전문가다. 황 목사의 제안을 받았을 때는 중국 선교를 준비하고 있었다. 6개월여의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온 가족이 양평으로 이주했다. “지역만 국내지 양평은 전혀 인연이 없던 곳이니 이곳을 선교지 삼자고 결정했죠.”(백 목사)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교회를 세울 동네를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이었다. 매달 군청의 통계를 살펴보며 인구의 증감 추이, 연령대를 파악했다. 해외 선교지에서처럼 ‘필드 리서치’를 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이 전형적인 전원마을인데도 젊은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시설이 지역에 많지 않다는 점도 확인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자녀를 둔 3040 부부를 대상으로 한 마을책방 ‘책보고가게’를 열었다. 문화공간을 통해 주민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양평군에서는 두 번째로 문을 연 마을책방이었다.

마을책방과 함께할 교회 이름은 ‘공명’(共鳴)으로 지었다. 이는 삼위일체를 풀어 쓴 교회 사명선언문을 참고한 것이다. ‘성 삼위 하나님의 삶이 우리에게 와서 맞울리고, 우리의 삶이 다른 이들에게 맞울려져 삶의 변화를 일으키게 하자’란 의미를 함축했다.

개척 멤버·심방·전도 없는 교회

두 목사 부부는 각자의 강점을 살려 영어와 한자교실, 자수와 포토샵 강좌 등을 열어 이웃 주민들과 만났다. 한적한 동네에 젊은 부부가 와 서점을 열고 문화교실을 운영하자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올여름 개강한 10여개 강좌엔 인근 주민 70~80여 명이 참석했다. 책방 문을 연 지 1년이 갓 지난 지금은 이장 및 군청 관계자 등과 지역 문화를 위한 협업 방안을 논의하는 일종의 마을 문화시설로 자리 잡았다.

전도 한 번 하지 않았지만, 공명교회 성도는 30여명으로 늘었다. 책방 단골손님이 성도가 되고, 이들이 주변 이웃을 데려오면서 자연히 수가 늘었다. 교회에 등록하진 않았지만 매주 예배드리는 인원까지 합하면 40여명에 이른다. 백 목사는 “전도 대상으로 대하지 않고 이웃으로 대하니 부담 없이 예배에 참석하는 것 같다”며 “삶으로 전도한다는 목표로 주중 책방에서 지역 주민을 매일 만나는 셈인데 다들 거부반응 없이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3년 내 책방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다. 현재는 책방 매출에 두 목사가 외부 강연으로 얻는 수익 등을 더해 운영 중이다. 황 목사는 “교회에서 생계를 해결할 수 없으니 주중 3일은 책방에서, 나머지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책방과 교회를 건사한다”며 “쉽진 않지만 그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창의적으로 사역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백 목사도 “매주 번갈아 가며 설교하고 수요일과 토요일에 기도·성경 모임을 이끄는데 성도들이 ‘예배가 기대된다’고 말할 때 행복하다”며 “예배와 독서모임으로 서로의 삶을 나누고 섬기는 우리 공동체는 작지만 큰 공동체”라고 말했다.

팀을 이뤄 일상에서 마을목회를 구현한 이곳은 한국형 ‘새로운 교회’의 명소이기도 하다. 중국 인도네시아 독일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 목회자가 이곳을 찾았다. 황 목사는 “어느 자리에서나 하나님나라를 전하는 일은 목회자이자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며 “자신만의 강점으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 이들이 한국교회에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평=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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