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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뇌혈관계 수술 탁월… 24시간 전문의 상주 신속대응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장경술 교수(오른쪽)가 뇌경색증으로 막힌 혈관을 발병 후 6시간 이내에 기계적으로 재개통시켜주는 뇌혈관 중재 시술을 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제공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 일부가 작은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부풀대로 부푼 풍선이 얇아지듯 혈관 벽이 얇아진 상태에서 동맥류가 터지면 뇌출혈로 발전, 심각한 뇌 손상은 물론 사망 위험을 높이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런 뇌동맥류 파열 환자가 해마다 인구 10만 명당 50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왜 이런 뇌동맥류가 생기게 되는지는 아직도 명확하게 모르고 있다. 혈관의 혈역학적(혈액 내의 다양한 질병) 부담이나 혈관내벽 탄력층 손상 때문이 아닐까 추정하고만 있을 뿐이다.

뇌동맥류의 무서움은 파열되기 직전까지 별다른 전조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파열 환자 중 약 30%가 사망에 이르고, 생존자 중에서도 절반은 신경학적 결손이 발생해 영구후유장애를 겪게 된다. 의사들이 흔히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비유할 정도다.

그렇다고 모든 뇌동맥류가 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파열 위험성을 고려해 수술할 것인지, 1년에 한 번 정도씩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된다. 자칫 치료시기를 놓쳐 뇌동맥류가 터지고 뇌출혈(지주막하출혈)로 발전하게 되면 환자는 극심한 두통과 함께 목덜미가 뻣뻣해지면서 구토, 마비 등 증상을 겪고, 심지어 의식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치료는 이른바 ‘클립결찰술’과 ‘코일색전술’로 한다. 클립결찰술은 관자놀이 부위의 두피 및 두개골을 절개해 뇌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직접 묶어줌으로써 혈류 유입을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또 코일색전술은 사타구니 부위 대퇴동맥을 통해 뇌혈관까지 미세도관을 밀어 넣고 미세코일로 동맥류 속을 채워주는 치료법이다.

뇌졸중은 합병증이나 동반 질환의 영향이 아니라 단일 질환으로 한국에서 사망자를 가장 많이 내는 병이다.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 경우(뇌출혈), 두 종류가 있다. 한국인 뇌졸중의 약 80% 정도는 뇌경색으로 나타나고 있다.

뇌졸중이 오면 참기 힘든 벼락두통 위주의 뇌동맥류 파열 때와 달리 신경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반신마비, 어둔한 말투, 입이 삐뚤어지거나(안면마비)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경우(복시) 등이다.

최근에는 정기 건강검진 때 뇌CT 또는 MRI 검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영상진단기술도 발전하면서 아무 증상이 없는 상태의 뇌경색증이 발견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기능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부위에 뇌졸중이 오거나 ‘일과성 뇌허혈 발작’처럼 지나가는 미니 뇌졸중일 때도 자각 증상이 없거나 있다 해도 미미할 수 있는데, 이런 무증상 뇌졸중 역시 정기검진 때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만성 뇌허혈(백질 만성 허혈 변화)’과 ‘미세 뇌출혈’도 최근 들어 새로이 관심을 끌게 된 뇌혈관계 질환이다. 만성 뇌허혈은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뇌경색과 달리 노화와 함께 뇌 내 미세혈관이 좁아진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혈액 공급이 서서히 부족해지는 증상이다.

반면 미세출혈은 뇌의 미세혈관들이 서서히 손상돼 약해지면서 아주 미세한 양의 출혈이 계속 발생하는 경우다. 장 교수는 “만성 뇌허혈과 마찬가지로 당장 뇌졸중 증상을 유발하진 않지만 향후 더 큰 뇌출혈은 물론 치매를 부르는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사실 뇌졸중은 크게 오든 작게 오든 관계없이 얼마나 빨리 치료를 받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면 빠른 속도로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까닭이다.

골든타임은 이를 막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응급처치 및 치료 시간을 말한다. 단 약을 써야 할 때는 4시간30분, 시술이 필요할 때도 6시간을 넘겨선 안 된다. 이 시간을 놓치면 백약이 무효이다.

보통 뇌경색의 치료는 혈전(핏덩어리)을 녹이는 약물요법과,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 또는 수술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뇌경색 환자의 약 30%는 혈전용해제 투약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약으로 녹일 수 없는 경우는 뇌혈관을 뚫고 들어가 핏덩어리를 긁어내는 시술 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반면 뇌출혈일 때는 부위에 따라 다른 조치가 적용된다. 다만, 어느 경우든 출혈 부위를 찾아 지혈을 하고, 머릿속에 고인 혈종(핏덩이)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첫 순서다. 이 처치가 늦어질수록 사망 위험은 물론 구사일생 생명을 건진다 해도 후유장애가 커진다.

장 교수는 “치료 후 뇌기능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재활 훈련도 가급적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고, 이왕이면 첫 6개월 동안 재활 치료를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활치료는 장애 정도에 따라 운동 능력과 인지기능 조기재활에 도움이 되는 훈련 위주로 진행된다. 아울러 뇌졸중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질환 치료 및 생활습관 교정도 동시에 이뤄진다.

장 교수는 “무증상 뇌경색증과 뇌 내 미세출혈을 포함해 뇌졸중 위험은 평소 금연실천과 함께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 대사증후군 관리만 잘해도 아스피린 복용 이상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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