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자라는 ‘놀이터’… 부모님들이 “거기 한 번 가봐라”

반월중 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댄스팀이 지난 1일 안산 행복한교회 교육관에 마련된 ‘꿈쟁이교실’에서 이달 말 열리는 반달마을음악회 무대를 위해 연습하고 있다. 안산=강민석 선임기자
 
2017년 8월 열린 제5회 반월동 청소년과 함께 하는 ‘반달마을 음악회’ 모습. 행복한교회 제공
 
김병관 안산 행복한교회 목사가 지난 1일 예배당에서 교회공동체와 마을 구성원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안산=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1일 경기도 안산 반월중 반월초를 지나자 김병관(49) 행복한교회 목사가 일러준 상가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을 따라 예배당이 있는 3층에 올라갔지만, 불이 꺼진 채 인기척이 없었다. 대신 ‘행복한교회 교육관’이라고 표시된 4층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4층으로 걸음을 옮기자 한쪽 벽에 전면 거울이 부착된 안무 연습실이 나왔다. 그곳에선 여중생 4명이 걸그룹 음악에 맞춰 칼군무를 연습하고 있었다.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하루 이틀 합을 맞춰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룹 리더인 황수진(14·반월중)양은 “이달 말 열리는 반달마을 음악회에서 선보일 무대”라며 “방학 땐 학원 가는 시간을 피해 하루 4~5시간씩 연습한다”고 했다.

동갑내기 이세정(반월중)양도 “학교에 연습실이 있지만, 사용 시간에 제한이 많아 여기가 훨씬 편하다”면서 “동네 삼촌 같은 목사님한테 카톡으로 미리 얘기만 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며 웃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김 목사가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 춥지 않냐”며 타박하자 현실 속 조카 같은 대답이 튀어나왔다. “춥긴요. 열나게 연습하다 보면 땀나요.”

‘꿈쟁이교실’이라 불리는 행복한교회 교육관의 일상이다. 안무연습실 옆으론 휴게실과 주방이 이어졌다. 김 목사는 주방 한편에 정리된 각종 라면과 간식들을 가리키며 “우리 동네 아이들이 전투적으로 놀면서 지치지 말라고 준비한 식량”이라고 소개했다. 주방 옆에 마련된 18㎡(약 3평) 남짓한 공간이 목양실이었다. 4층 공간 대부분을 아이들에게 내준 셈이다.

교회, 문화 만드는 놀이 공간으로

김 목사가 행복한교회를 개척한 건 9년 전. 한동안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지역 환경을 들여다보던 그에게 ‘문화 콘텐츠 부족’이 눈에 들어왔다. 부교역자 시절 진행했던 ‘역사탐방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하고 교회 아이들 몇 명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 국내 역사 유적지를 찾았다. 직접 승합차를 몰고 도로 위를 달릴 땐 운전기사이자 차 안 교제를 나누는 목회자로, 유적지에선 가이드이자 역사 전문가로 역할을 바꿔가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렇게 동네에서 입소문을 타자 교회 밖 주민들에게도 참가 요청이 이어졌다. 얼마 후엔 지역아동센터와 복지센터에서 제안을 해왔다. 어린이날에 부모님과 여행을 못 가는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축제를 열어보려고 하는데 협력해달라는 것이었다. 김 목사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준비에 나섰다.

2013년 5월 5일 창천초 운동장에서 열린 ‘신나는 반월마을 어린이 축제’는 반월동 변화의 서막을 알렸다. 당초 50여명 참석을 예상했던 축제는 300명 넘는 주민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 이번엔 “청소년을 위한 축제도 하자”는 요청이 쇄도했다. 3개월 후 ‘한 여름밤의 반달마을 음악회’가 개최됐다. 무대는 반월중 밴드팀과 바이올린 플루트 앙상블 등 동네 청소년들이 채웠다. 다음세대를 위한 문화의 장이 활기를 띠자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놀이 공간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갈만한 곳이라곤 PC방 당구장 노래방뿐이더라고요. 하나같이 부모님들에게 ‘가지 말라’는 소리 듣는 곳이지요. ‘거기 한 번 가봐라’라는 소릴 듣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게 지금의 ‘꿈쟁이교실’입니다.”

문턱 없는 곳엔 꿈이 몽글몽글

꿈쟁이교실엔 문턱이 없다. 어린이 청소년 주부 직장인 등 모임 공간이 필요한 동네 주민 모두에게 열려 있다. 동네에 필요한 게 있으면 끊임없이 새로운 모임이 태어난다. 바이올린 플루트 교습, 중국어 영어 생활회화 강의, 냅킨아트, 양말 인형 만들기, 청소년 성교육 등이 수시로 열린다.

아이디어 창고는 김 목사가 동네 주민들과 소통하는 ‘단체카톡방’이다. ‘이런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면 김 목사가 교회공동체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문가를 연결하고 연결이 성사되면 개강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평소엔 댄스팀 밴드팀의 연습 공간이자 아이들의 안전한 놀이터가 돼준다. 때론 동네 상담소가 되기도 한다. 학업을 포기하고 방황하던 아이는 교회에서 밴드 연습을 하며 새로운 꿈을 키웠고, 부모님의 이혼 후 슬럼프에 빠졌던 아이는 김 목사를 멘토 삼아 교제를 나누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스스로 문화’ 만들다

김 목사는 “무엇보다 소중한 결실은 동네에 다음세대를 향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과 주민 스스로 동네를 가꿀 수 있는 공동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7년 전 첫 반달마을 음악회를 개최한 이후 주민들은 살기 좋은 반월마을을 만들기 위해 ‘반월사랑’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이후 반월사랑은 반월복지센터, 안산시좋은마을만들기 지원센터와 협력해 ‘개콘(개그콘서트)보다 재미있는 청소년 부모교육’ ‘잼(재미)나는 우리마을 영화관’ ‘할머니와 도토리묵 만들기’ ‘우리 동네 인문학 산책’ 등 지역 내 수많은 문화콘텐츠의 생산자가 됐다. 다음세대 공동체도 이에 못지않다. 지역 내 중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출범한 ‘반울림’은 4개 팀(댄스 밴드 힙합 봉사)으로 영역을 나눠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주축 멤버로 활동한다.

김 목사의 꿈은 행복한교회가 영적 커뮤니티로서 행복한 공동체를 육성하고 그 공동체가 지속해서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주춧돌이 되는 것이다.

“과거엔 교회가 마을의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주민들로부터 배척당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교회가 마을공동체의 중심에서 멀어지면서 벌어진 일이지요. 공동체는 마음의 소통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시대 교회가 끊임없이 소통하는 마중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안산=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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