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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연일 불볕더위에 ‘이열치열’은 독… 수분 보충 필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폭염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병(病)도 여름을 탄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에 특히 심장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들의 건강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들은 햇볕이 강한 낮 12시부터 2시 사이에는 가급적 외출을 피하는 게 좋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은 만성 질환자들에게 독(毒)이 될 수 있다. 사우나는 너무 뜨겁지 않은 온도에서 간단히 끝내는 게 좋다. 수분 보충도 수시로 해 줘야 한다.

운동 직후 사우나 ‘돌연사’ 위험

폭염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흘린다.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서 수분 섭취가 충분치 않으면 탈수가 진행돼 혈액량이 줄어든다. 그 결과 심장은 혈압을 유지하고 전신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 더 빨리, 세게 뛴다. 심장의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혈액이 끈적거려 혈전(피떡)이 생길 위험도 높다. 협심증·심근경색을 앓은 경험이 있거나 심장 기능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 등은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되도록 한낮의 외출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아침이 낮보다 선선해서 나가기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침 역시 피하는 게 좋다. 심장 등을 관장하는 교감신경은 자는 동안 작용이 줄었다가 잠에서 깨면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아침은 심장에 가장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때다. 아침보다는 가급적 저녁 시간에 바깥 활동이 권고된다.

수분과 전해질(칼륨, 나트륨 등) 보충도 중요하다. 땀으로 지나치게 많은 수분이 빠져나갔다면 수시로 물을 마셔주고 소량의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는 것이 좋다. 150~200㎖ 정도의 적은 양을 규칙적으로 나눠 마셔준다.

운동이나 야외활동을 과하게 한 뒤 바로 사우나를 하는 것은 심장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운동으로 땀이 많이 빠져나온 상황에서 사우나로 또 땀을 빼는 건 심장에 부담을 줘 위험하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철환 교수는 5일 “탈수된 상태에서 사우나를 하면 혈액 점도가 높아지고 심장의 혈액순환은 어려워진다”면서 “심한 경우 심근경색이 올 수 있고 돌연사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근력운동을 많이 한 상태에서도 사우나는 주의해야 한다. 근력운동 후에는 근육섬유가 미세하게 파열되고 출혈이 생긴다. 이 경우 조직이 수축해야 지혈이 되는데, 사우나를 하면 조직이 오히려 이완돼 혈류량이 증가하고 혈종(피고임 현상)이 생길 수 있다. 굳이 사우나를 해야 한다면 15분 이내에 마친다. 사우나 온도는 섭씨 60도를 넘지 않도록 한다. 80도 이상이면 약해진 심장에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운동 후 덥다고 급하게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 건 절대 금물. 더운 날씨에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해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 심장병이 악화되거나 동맥경화반(혈관 내 찌꺼기 덩어리)이 갑자기 터져 급성심근경색(심장마비)이 올 수 있다. 충분한 준비 운동 후 찬물에 들어가야 한다.

고혈압 환자들도 덥다고 찬물로 샤워하거나 몸이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에어컨 바람을 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확장된 혈관이 찬바람을 맞으면 갑자기 수축해 혈압이 급격히 올라간다. 뜨거운 온욕 역시 혈압을 오르게 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하고 냉방기 사용 시 실내외 온도 차이는 4~5도가 넘지 않도록 한다. 탈수는 고혈압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므로 야외 활동을 할 때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물을 충분히 마셔줘야 한다.

당뇨 환자, 저혈당 조심

당뇨 환자가 폭염에 오래 노출되면 수분과 함께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당이 많아진다. 이때 식사량이 활동량보다 많지 않거나 혈당 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 땀과 소변으로 수분이 많이 배출되면 혈당치가 급격히 올라가는데, 이때 몸이 혈당을 낮추는 쪽으로 반응하면서 저혈당이 올 수도 있다.

저혈당이 되면 온몸이 떨리고 기운이 빠진다. 식은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면서 불안감이 엄습한다. 입술 주위나 손끝도 저려온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고은희 교수는 “이런 증상이 생기면 재빨리 설탕물을 100㏄ 정도 마시거나 알사탕을 2~3알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의식이 없다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당뇨 환자는 혈당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으므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과도한 단당류 섭취는 삼가는 게 좋다. 청량음료나 과일주스, 빙과류 섭취 대신 냉수나 보리차를 마셔준다.

발 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 당뇨 환자는 혈액순환이 잘 안돼 말초(손발 끝)신경이 무뎌져 있다. 발에 상처가 나도 신경 손상 때문에 온도를 잘 느끼지 못한다. 화상을 입거나 상처가 생겨도 통증을 느끼지 못해 당뇨 합병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고 교수는 “폭염에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 위를 맨발로 걷거나 이열치열을 위해 사우나를 즐기다 화상을 입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당뇨발(당뇨성 족부궤양)이 있는 환자들은 항상 손으로 온도를 확인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 해변, 해수욕장에서 맨발로 다니는 건 금물이다.

만성 신부전 환자, 과일 섭취 주의

콩팥 기능이 저하된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여름에 특히 과일과 야채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칼륨의 배설 능력이 떨어진다. 수박 바나나 오렌지 키위 등의 과일과 토마토 호박 감자 등 칼륨 함량이 높은 야채를 많이 먹게 되면 근육 쇠약이나 부정맥은 물론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초래될 수 있다. 복숭아 사과 오이 무 등은 칼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수분 보충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땀을 많이 흘렸다고 맹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해 위험할 수 있다. 이대서울병원 신장내과 강덕희 교수는 “물은 하루에 1ℓ 이내로 섭취하고 물을 마시고 붓는 증상이 심할 때는 주치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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