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은 헬스 트레이너… 운동으로 소통하며 ‘마음 건강’ 돌봐

경기도 수원 원천동 지천명교회의 최덕호 목사는 주중이면 JCM헬스트레이너로 변신한다. 예배당이던 교회도 헬스와 필라테스 기구가 가득한 헬스장으로 바뀐다. 최 목사가 주중 헬스장을 찾은 회원에게 운동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수원=강민석 기자
 
지천명교회 로고.


여기 이상한 로고가 있다. 근육이 불끈 솟은 팔로 아령을 들고 있는 그림과 함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 교회(Church)와 피트니스(Fitness). 바로 그 이상한 로고를 달고 있는 곳은 경기도 수원 원천동의 아파트 상가 지하에 있는 JCM헬스장이다.

“자, 내려갑니다. 자세 유지하신 채 멈추세요. 하나, 둘….” 운동 기구로 가득한 헬스장에서 검은색 운동복을 입은 트레이너의 구령에 맞춰 회원인 강은영(40·여)씨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운동을 끝낸 강씨는 “처음엔 몰랐다”며 슬쩍 입을 떼더니 트레이너의 비밀을 알려줬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이 목사님이더라”고 말이다. JCM헬스장 최덕호(40) 트레이너는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박종철 목사) 지천명교회 담임목사다.

주중엔 헬스장, 주일엔 예배당

최 목사가 JCM헬스장 아니 지천명교회를 통해 교회 공동체를 시작한 건 3년 전부터다. 처음엔 최 목사 스스로를 위해서였다.

“유학을 다녀와 8평(26.4㎡)짜리 원룸에서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공간은 좁아도 성도는 45명으로 늘었죠. 그런데 갈수록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 최 목사에게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아내가 운동을 권했다. 최 목사가 처음 도전한 건 특공무술이었다. 배울 수 있는 도장이 교회에서 가깝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쉽지는 않았다. 특공무술이 거친 만큼 같이 배우는 어린 친구들의 입도 거칠었다. 얼마 뒤 최 목사는 아이들에게 설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그때 아이들은 저를 훈계나 늘어놓는 꼰대로 봤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한 끝에 실력으로 먼저 인정을 받기로 했다. 오랜 연습 끝에 고급 기술로 통하는 ‘돌려차기’를 성공했다. 아이들이 최 목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한 친구가 최 목사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며 궁금해했다. 운동을 통해 소통할 수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순간이었다.

“목회를 하며 종종 듣는 질문이었어요. 다만 저는 적극적으로 답을 제시하지는 않아요. 대신 볼펜을 보여주고 볼펜의 존재 이유를 가장 잘 답해줄 사람은 누구냐고 물어보죠. 당연히 ‘만든 사람’이라고 답하겠죠. 그럼 저는 묻습니다. 너는 네 존재를 누구한테 물어 보겠냐고요.”

그 친구는 이후 하나님을 영접했고 신학대에 입학했다. 지금은 매주 지천명교회에 나오고 있다. 특공무술에서 피트니스로 운동 영역을 바꾼 최 목사는 트레이너와 목사의 공통점을 찾았다.

“사람들은 건강이나 자신의 체형에 대한 고민에서 운동을 시작합니다. 저처럼 마음의 아픔 때문에 시작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트레이너에겐 모든 걸 이야기해요. 무엇을 먹고 몇 시간을 잤는지부터 회사나 가정에서 겪은 힘든 일까지…. 그런 소통을 통해 몸의 건강을 챙겨주는 게 트레이너라면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건 목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곧바로 운동과 목회를 결합하기로 했다. 2016년엔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도움을 준 건 가족과 성도들이었다. 최 목사는 “시험을 보던 날에도 성도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고 했다.

햇수로 4년째인 헬스장에는 이제 제법 회원들이 모인다. 강씨처럼 교회인 줄 모르고 왔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배당은 헬스장 옆 필라테스 공간이다. 무게 탓에 이동이 어려운 헬스기구와 달리 필라테스 기구는 이동이 편해서다. 필라테스 공간에는 예배를 위한 십자가가 걸려있고 피아노도 있다. 헬스장 곳곳엔 성경 구절이 새겨져 있다. 그럼에도 헬스장 회원들의 거부감은 없다. 최 목사는 이들을 잠재적 성도라고 불렀다.

우려보다는 기대를

최 목사는 자신의 도전이 유의미하다고 확신하지만 안팎의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회비 3만원을 받는 것을 두고 상업주의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최 목사는 그래도 회비 3만원을 고수한다. 회비를 내는 데는 ‘운동하러 꼭 가겠다’는 결심이 반영된다. 중도에 쉽게 포기하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천명교회처럼 교회의 새로운 표현(FX, Fresh Expressions)에 해당하는 교회들은 ‘동일 집단의 원리’에 빠진다는 비판을 종종 받는다. 헬스장에 등록한 사람들만 지천명교회를 찾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하지만 지천명교회의 주일예배에는 원룸 시절부터 함께 했던 성도 20여명과 특공무술로 알게 된 청년들도 함께한다.

헬스장에선 교회에 나오라고 직접적으로 전도하지 않기 때문에 새신자 전도에는 시간이 걸린다. 헬스장 회원으로 왔다가 생활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저녁마다 활동하는 세 명의 트레이너는 최 목사가 열매를 기다리는 씨앗들이다. 최근 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있다.

“하나님은 제게 맞는 역할을 주셨습니다. 씨앗을 뿌리는 역할이죠. 3명의 트레이너는 아직 교회를 다니지 않아요. 어느 날 문득 그분들에게서 ‘주일 오전 11시에 여기 오면 되죠’라는 말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역을 위한 기도도 하고 있다. “세류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분에게 들었습니다. 밤이면 노숙자들이 술을 사기 위해 찾는다고. 그곳에서 체육관을 발견했어요. 다음 제 사역지는 그곳이 되지 않을까요.”

수원=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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