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노쇼’ 후폭풍… 성난 팬들, 유벤투스·주최사 난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26일 팀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입장하던 도중 카메라를 쳐다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성호 기자
 
경기 후 한 관중이 호날두의 결장에 분노하며 발로 밟아 더럽혀진 호날두의 유니폼을 보여주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이탈리아 유벤투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방한 경기 및 장외 행사 ‘노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경기장을 찾았던 6만5000여 관중은 환불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는 집단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수익만 쫓는 해외 명문 구단의 불성실한 태도, 국내 주최사의 부실한 운영 능력,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미숙한 협상력이 호날두의 방한 경기 결장을 계기로 드러났다.

근본적인 책임은 유벤투스에 있다. 유벤투스는 지난 26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친선경기에 1시간 가량 지각했다. 게다가 계약서로 명문화된 호날두의 45분 출전을 이행하지 않았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호날두의 팬미팅 행사도 입국 지연을 이유로 취소했다. 유벤투스가 한국에 체류한 시간은 불과 12시간. 경기 당일 오후 2시를 넘겨 인천공항으로 입국했고, 경기 종료 3시간 뒤인 이튿날 새벽 2시쯤 출국했다. 불과 반나절을 체류한 한국에서 30억원 이상의 수입을 챙겨 이탈리아로 떠났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의 함성은 야유로 바뀌었다. 관중은 경기장을 떠나면서 호날두의 유니폼을 찢으며 항의하고 환불을 요구했다. 경기 이튿날인 2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주최사를 처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시작됐다. 일부 축구팬들은 주최사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들어갈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근육통을 이유로 결장했던 호날두는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 “집에 돌아와 좋다”며 훈련하는 영상을 올려 한국 축구팬의 공분을 키웠다.

이번 경기를 기획하고 개최한 주최사는 ‘더페스타’로 사원 4명에 자본금 1000만원 규모에 불과한 소규모 업체다. 그동안 국제경기를 유치한 경험도 없다. 더페스타의 장영아 대표는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유벤투스와 계약서에 호날두의 45분 출전과 팬미팅 참가를 분명하게 명시했다. 호날두의 결장을 유벤투스로부터 후반전이 돼서야 현장에서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일 도착-당일 경기라는 무리한 일정을 고려할 때 유벤투스의 처분만 기다리는 모양새를 보인 점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 업체는 해외 스포츠베팅 사이트를 경기장 광고로 유치한데다 프리미엄석 관중 대상의 뷔페 제공도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는 등 경기 외적인 논란도 키웠다. 국내 스포츠베팅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만 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호날두의 경기 출전 및 행사 참여와 관련한 권한이 주최측에 있는 만큼 프로축구연맹도 피해 당사자이지만 그렇다고 책임에서 완전히 제외될 수는 없다. 우선 유벤투스의 일임을 받고 연맹과 협상한 더페스타의 역량과 신뢰도를 꼼꼼히 살피지 못했다. 국제적 대회를 유치한 경험이 전무한 더페스타임에도 단순히 ’호날두 45분 출전 보장’이 적힌 계약서만 믿고 곧바로 손을 잡은 측면이 없지 않다. 각종 크고 작은 대회를 진행시킨 경험이 있는 연맹이 파행 가능성이 있는 유벤투스의 하루짜리 방한 일정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은 미온한 협상 태도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연맹 관계자는 “유벤투스를 믿고 경기를 추진했다. 팀 K리그만 관리할 수 있는 연맹으로서는 호날두의 결장과 팬미팅 불참을 관여할 수 없다”며 “유벤투스 방한 경기에서 발생한 손실이 실질적으로 입증되면 주최사에 위약금 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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