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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맹비난에도 한·미 훈련 강행… 북과 대화 내달에도 어려울 듯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으나 우리 군은 다음 달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과 남북 대화가 당분간 재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는 것은 한·미를 압박하는 전술이어서 북한 입맛에 맞는 메시지가 나온다면 협상이 전격 재개될 수도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8일 ‘평화기류에 역행하는 위험한 소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이 미군과 함께 우리를 겨냥한 각종 합동 군사훈련들을 은밀하게 연이어 벌려놓고 있다”며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며 북남 관계를 파국으로 떠미는 용납 못할 군사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연합훈련의) 전면적이고 영구적인 중단이야말로 북남 관계 개선과 조선반도 평화 보장의 선결 조건, 근본 전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육군 수도기계화사단과 주한미군 2사단의 연합훈련 및 괌에서의 잠수함 훈련 등을 열거했다.

지난 25일 남측에 대한 ‘위력시위’라며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직접 지휘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 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북한의 비난에도 한·미 군 당국은 연합 CPX를 계획대로 다음 달 5~20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병력과 장비를 실제 투입하지 않은 채 가상의 시나리오를 놓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지휘소연습이다. 한·미는 이번 연습을 통해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기본운용능력을 검증할 계획이다. 다음 달 5일부터 위기관리참모훈련을 실시한 뒤 10일부터 본훈련에 돌입한다. 본훈련 기간 북한의 비난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북한은 이번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일시 중단이 아닌 완전한 중단까지 노리는 것 같다”면서 “연합훈련을 중단시키지 못해도 강력한 압박을 통해 미국으로부터는 전향적인 비핵화 상응조치를, 남한으로부터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조치를 받아내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에 체제안전 보장조치의 일환으로 연합훈련 중단을 출발선으로 재정립한 것이며,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체제안전 보장카드를 성의 있게 준비해 오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물밑접촉에서 전향적인 카드를 내놓는다면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훈련 중단이 실무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편 통일부는 속초항에서 러시아 자루비노항으로 가던 중 기관 고장으로 표류, 지난 17일 북한 당국에 단속됐던 러시아 선박이 억류 11일 만인 28일 속초항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이 배에 탔던 우리 국민 2명과 러시아 선원 15명이 모두 무사히 귀환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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