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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 미사일, 미국 겨냥 아니다” 의미 축소… 한·일 등 위협은 무시 논란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별일 아니라는 식의 발언을 연일 내놓고 있다. 북한을 다독여 북·미 실무협상을 이어가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유일한 외교 치적인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방어에 치중한 나머지 논란을 자초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그는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미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을 타결하려는 절박함 마음에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가해지는 위협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시험으로 불안한가’라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전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들은) 단거리미사일”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그런 미사일들을 갖고 있다”고 위험성을 축소했다. “매우 보통의 미사일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또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탄도(ballistic)’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의 빌미를 스스로 제공했다. 그는 “김정은이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그들(남북한) 양측은 아주 오랫동안 분쟁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한국 등 동맹국은 위협을 받아도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들(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들은 정말로 더 작은 미사일(smaller ones) 외에는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고 북한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차관보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아닌 그 동맹국들을 겨냥한 (단거리)미사일 발사 허가권을 북한에 주면서 동맹의 단결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의 대북 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야 하는 처지라 김 위원장이 트럼프에 대한 지렛대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네는 부탁은 묵과할 수 없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만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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