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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명호] 아베의 ‘강한 일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꿈은 ‘강한 일본’이다. 전후세대 첫 총리로서, 최연소 총리로서, 그가 2006년 제90대 총리에 취임했을 때도 물론이고 2012년 두 번째 권력을 잡았을 때도 그의 슬로건이었다. 그 이전이나 지금이나 아베는 강한 일본이란 직접 표현을 쓰거나 이를 연상케 하는 언행을 보여 왔다. 대북 강경책, 역사 왜곡, 도덕 교과서 부활, 독도 영유권 주장 등 그의 ‘강한 일본 행보’는 주변국의 우려에도 아랑곳없다. 아베와 우익 세력에게 헌법 개정은 강한 일본을 위한 핵심 축이다.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 전면 행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도 단순히 징용 배상 문제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강한 일본 만들기의 한 과정으로서 경제 침략이다. 아베는 정치철학을 집대성한 책 ‘새로운 나라’(2013)를 출판하면서 “강한 일본을 되찾자”고 주장했다. 핵심은 전후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그것이 결국 자신의 정치적 사명이라는 거다. 그는 전국(戰國)시대 일본을 통일한 막부 이후 메이지유신과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제국주의까지 일본에서 영웅으로 떠받드는 정치적 지도자들의 반열에 자신을 올려놓으려는 듯하다.

마지막 조선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는 이런 말을 했다. “비록 전쟁에서는 졌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일본이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 대신 더 무서운 식민지 교육을 심어놓았다. 그들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아베가 존경한다는 외할아버지인 전 내각 총리대신 기시 노부스케는 개헌과 재군비를 부르짖었던 사람이다. 괴뢰정부 만주국을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며 A급 전범이었지만 3년 만에 나와 일본 정계를 주물렀다. 아베의 할머니의 할아버지(외고조부) 오시마 요시사마는 1894년 일본군 8000명을 이끌고 경복궁을 점령한 자다. 조선 정부의 무능은 일본 군대가 한양을 짓밟는 데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할 정도였다.

강한 일본의 한 축에는 ‘정한론(征韓論·조선정복론)이 있다. 아베 가문의 피에도 정한론이 배어 있는 것 같다. 꼭 112년 전(1907년 7월 24일) 한일신협약(2차 을사늑약)이라는 불평등 조약이 체결됐다. 그리고 일본인에 의한 차관(次官)정치가 시작됐다. 1주일 뒤(7월 3일) 대한제국 군대는 해산된다.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한국’인데 내부 싸움만 할 텐가.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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