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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향한 사랑 가득한 젊은 문학인 11명 인터뷰집

‘문학하는 마음’에 등장하는 인터뷰이 중 한 명인 시인 박준. 제철소 제공




시인 박준의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2012)는 11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한국에서 시집이 이 정도의 성적을 올린 건 흔치 않은 일. 그렇다면 시인은 이 시집을 팔아서 얼마나 벌었을까.

“시집값이 8000원(현재는 1만원이다)이니까 권당 인세가 800원, 여기에 판매 부수를 곱하면 8800만원이에요. 물론 큰돈이죠. 그렇다고 생계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에요. 시집이 나온 지 7년이 되었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7로 나누어서 연봉이라 계산하면… 이거 어떡할 거야(웃음).”

그래도 ‘출판계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니 시기하는 동료도 있으리라. 박준은 “가끔 놀림감이 될 때가 있다”면서 “근데 이게 재밌다”고 답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 선수가 경기에서 MVP가 됐다거나 또는 거액의 연봉 계약을 했다고 하면 동료들이 그를 놀릴까요? 그런데 저는 그 정도도 아닌데 놀림을 받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문학판이 귀엽기도 해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지 않아요. 어떻게 해도.”

이 같은 답변이 실린 박준의 인터뷰는 ‘문학하는 마음’의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다. 책은 소설가 시인 편집자 서평가 등 젊은 문학인 11명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인터뷰어는 출판사에서 문학 편집자로 10년 넘게 일했던 김필균씨. 그가 어떤 인터뷰에서든 비중 있게 묻는 내용은 문학을 하면서 먹고사는 게 가능한지에 관한 것이다.

예컨대 문단 안팎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소설가 최은영의 ‘장래 희망’은 전업 작가다. 그는 “평생 소설만 쓰면서 살 수 있는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다른 일을 하면 ‘아, 글 쓸 시간이여’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물론 돈이 되긴 하지만, 내가 지금 글 쓸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구나 싶고, 바람피우는 것 같은 거예요.”

책에 담긴 다채로운 내용 중에서 밥벌이와 관련된 부분을 기다랗게 늘어놓은 건, 이 작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인들이 ‘문학하는 마음’을 품고 사는 이유를 설명해줘서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이 전하는 문학을 향한 가없는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문학의 둘레를 가늠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도 인상적인 책이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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