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만큼 기쁜 여자수구 첫 골 “얼떨떨해요”

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 선수단이 16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러시아의 경기에서 경다슬이 골을 넣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의 경다슬(18·사진)은 원래 수구 전문이 아닌 경영 선수 출신이다. 평영 100m, 200m가 주종목이다. 하지만 수구팀이 없었던 한국은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13명의 경영 선수들로 대표팀을 급조했다. 수구팀이 있는 북한과의 단일팀 결성을 추진했다가 북한 측으로부터 연락이 없자 부랴부랴 5월에 최초의 대표팀을 만든 것이다. 게다가 성인이 2명, 11명은 중·고등학생일 정도로 연령이 낮다. 경다슬도 강원체고 3학년인 어린 선수다.

경다슬은 본업인 경영도 내려놓지 않은 상태로 불과 2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생소한 종목을 익혀야 했다.

장윤희(54) 강원체고 감독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다슬의 수구 입문기를 전했다. 장 감독은 “다슬이가 낮에는 경영, 방과 후에는 수구 훈련을 했다”며 “학교에 남자부 수구팀이 있어 남자 선수들과 수구의 기본기, 패스 등을 연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평영은 다리를 오므렸다 펴는 영법이어서 하체를 많이 발달시킨다”며 “평영 선수의 신체 구조는 일반 수영선수들보다 몸싸움에 좀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어 다슬이가 수구 훈련에 적응하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다슬의 땀방울은 헛되지 않았다. 이날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러시아와의 경기. 앞서 한국은 지난 14일 헝가리에 0대 64로 역대 세계선수권 여자 수구 한 경기 최다 점수 차 패배를 당했다. 그런 한국에 세계랭킹 2위 러시아는 벅찬 상대였다. 응원단이 ‘대한민국 수구의 역사가 시작됐다’는 대형 현수막을 들고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지만 좀처럼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경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0-27로 뒤진 상황. 경다슬이 상대를 속이고 던진 공이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여자 수구대표팀의 첫 골이라는 새 역사가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수구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최종 스코어는 1대 30. 압도적인 패배였지만 선수단 모두가 대회에서 우승한 것처럼 두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경다슬은 경기 뒤 “다시는 못 뛸 경기인 만큼 온 힘을 다해 슛을 던졌다”며 “진짜 들어갈 줄은 몰랐는데 얼떨떨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골은 나 혼자 잘해서 나온 게 아니라 팀원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며 “남은 경기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