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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당국 불법이민자 단속 개시 LA·뉴욕 시장 “협조않을 것”

1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예고한 대대적인 이민 단속에 항의하며 수천명의 시민들이 ICE 시카고 본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손팻말에는 “ICE를 없애라” “ICE는 비인간적이다” 등의 문구가 써있다. AP뉴시스


미국 이민자 사회는 두려움 속에 일요일인 14일(현지시간)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예고한 탓이다. 그래서인지 여느 일요일보다 교회에 출석한 신자들은 적었고, 동네 시장도 한산했다. 단속 대상이 아닌 이민자들까지 불안에 떨며 외출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반면 도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속 작전에 반대하는 시위에 수백~수천명이 모였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전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애틀랜타 등 9개 대도시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주도하는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이 전날 밤부터 본격화됐다. 열대성 폭풍 ‘배리’의 영향으로 비상사태를 맞고 있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대상 도시에서 일단 제외됐다. 단속이 며칠간 더 지속될 예정인 가운데 첫날 체포된 불법 이민자는 소수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불법 이민자 중에는 집 전체를 소등하거나 문에 가구를 쌓아두는가 하면 교회나 친지 집으로 피신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CNN이 보도했다.

맷 앨번스 ICE 국장대행은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표적이 정해진 집행 작전, 즉 법원에서 추방 명령을 내린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면서 “모든 이에게 피해를 주는 느낌의 단속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체포 대상에는) 법원 소환에 불응한 사람들도 포함된다”면서 “현재로선 추방 명령을 받은 개인 이외에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미국에서 최종적으로 추방 명령을 받은 1807명의 멕시코인이 향후 수일 내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민자 권리옹호 단체들은 ICE 요원들이 문을 두드렸을 때 대응하지 말라는 등의 행동지침을 전달했다. ‘판사가 서명한 영장이 없을 때에는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등의 내용도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전파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단속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미첼 무어 LA 경찰국(LAPD) 국장과 함께 출연한 비디오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가세티 시장은 “당신의 시(市)는 당신의 편이고 여기는 LA이다. 우리는 ICE와 협조하지 않는다”면서 LA 시민의 권리와 대처방법을 알렸다. 그는 또 “도움이 필요하면 시 민원전화(311)에 연락해 법률적 조력을 구하라. ICE 단속요원을 마주하면 이름과 배지 번호를 적어두라”고 당부했다. 무어 경찰국장도 “LA 경찰은 ICE를 돕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민법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이번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정치적 쇼”라고 비난했고, 시카고에서는 시의원들이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ICE의 체포를 감시할 자전거순찰대를 결성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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