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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F-22·35 스텔스, 땅엔 에이브럼스… 미국 역대급 행사 논란

독립기념일 행사를 준비 중인 미 육군 장병들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브래들리 장갑차 주차를 위해 수신호를 주고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튿날 열리는 독립기념일 행사에 브래들리 장갑차와 에이브럼스 전차 등 미군 중장비를 링컨기념관 주변에 전시토록 지시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기획한 올해 독립기념일 행사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취향에 따라 역사상 전례 없는 형식과 규모로 치러진다. 북한, 중국의 열병식을 모방해 군 항공기와 차량도 전시한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일 행사를 재선 유세장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 고위 인사들을 식장에 부르고 군사 장비를 전시하는 것은 군 정치중립 위반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5일 오전 7시30분) 독립기념일 기념식 ‘미국을 향한 경례(Salute to America)’에 참석하고 연설도 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에 대규모 야외 연설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번 행사는 링컨기념관에서 아주 큰 규모로 열린다”며 “일생일대의 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는 한 시간 남짓 동안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이번 행사는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다. 행사장인 링컨기념관 주변에는 미군 주력전차 M-1 에이브럼스와 M-2 브래들리 장갑차가 전시된다. 수도 워싱턴 시내에 에이브럼스 전차가 진입하는 것은 1991년 걸프전 승전 기념 열병식 이후 28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할 연단 주변은 성조기의 구성 색상인 빨간색, 파란색, 흰색 천으로 장식됐다.

하늘에서도 장관이 펼쳐진다. 미군 전통 군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과 전용헬기 ‘마린 원’, F-22·F-35 스텔스 전투기, B-2 스텔스 폭격기, 미 해군 곡예비행단 ‘블루 엔젤스’가 하늘을 수놓는다. 다만 공중 행사는 기상사정에 따라 취소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독립기념일 당일 워싱턴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군 고위 인사들도 이번 행사를 탐탁찮게 보고 있다. 독립기념일 행사를 마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유세처럼 꾸미면서 국경일 기념식을 재선 유세 현장으로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군 장병과 군사 장비를 정치 유세의 장식품처럼 취급한다는 비판도 전·현직 군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퇴역 해병 4성 장군인 앤서니 지니는 “군인들을 그곳에서 빼주면 감사하겠다”며 “전차는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나 어울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전차 같은 군사용 중장비를 전시하는 것은 미국식 군인 예우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기를 공공연히 보여주며 군사력을 과시하는 건 북한,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에서나 할 법한 일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재선캠프가 행사를 앞두고 군 당국을 비롯해 각종 부처 및 기관에 행사 티켓을 살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3일(현지시간) 재선캠프가 영국대사관에까지 티켓을 나눠줬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군대에도 5000장의 티켓을 배부했다. 행사 관계자들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일을 막기 위해 참석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백악관은 취임식에 역대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했지만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과의 비교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말 논란이 일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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