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자율주행… 총수들, 손정의와 ‘미래 먹거리’ 논의한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최근 2주 사이 글로벌 주요 인사들을 만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 보복 등으로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진 하반기 경영 상황을 극복할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미래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손 회장이 주도하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와 관련된 기업인들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투자자이자 미래 비전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AI)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AI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은 SVF를 통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인수했고,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에도 92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다. AI를 중심으로 AI에 필수적인 반도체, 자율주행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미래 먹거리로 AI, 반도체, 자율주행을 꼽고 있다는 점에서 손 회장과 협력할 여지가 많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하고 시스템반도체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핵심이 되는 게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필두로 한 AI 기반 반도체다. NPU를 고도화하기 위해선 내부 역량뿐만 아니라 외부와 다양한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은 2016년 9월 회동 이후 약 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현대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변신을 선언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버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와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우버, 디디추싱 등 차량 공유 서비스 투자 경험이 있는 손 회장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의 방향과 비전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도 그룹 차원에서 AI, 로봇 등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고 집중 투자 중인 만큼 손 회장과 접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기존 SVC 외에 별도로 10조엔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에도 투자 참여를 권유할 가능성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눈앞에 있는 현안에 대한 해법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AI 등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분들이 만나는 자리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손 회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도 면담을 하고 혁신성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주요 인사들은 한국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는 이 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를 별도로 만나 글로벌 경제 현안과 투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미국 투자에 감사하며 더 많은 투자를 요청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보호주의 무역 기조가 점차 강해지는 분위기에서 다양한 곳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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