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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 22돌 맞은 홍콩 시위 ‘불길’… 기념식 첫 실내행사로

헬멧과 우산 등으로 몸을 가린 시위대가 홍콩 의회 격인 입법회 건물에 진입하기 위해 유리창을 깨는 모습. EPA연합뉴스


캐리 람(왼쪽 사진 왼쪽 세 번째) 홍콩 행정장관 등 참석자들이 1일 홍콩 주권반환 22주년 기념식이 열린 완차이 컨벤션센터에서 샴페인잔을 들어올리고 있다. 주권반환 기념식이 실내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홍콩 당국은 악천후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송환법 반대 시위를 우려한 조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AFP연합뉴스


홍콩 주권반환 22주년 기념일인 1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철회 등을 요구히는 홍콩 시위대가 쇠창살과 철제 카트를 이용해 입법회 진입을 시도하는 등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 속에 주권반환 행사는 사상 처음 실내에서 진행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은 이날 홍콩 완차이의 컨벤션센터에서 22번째 주권반환 기념일 행사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홍콩 정부는 우천 때문에 장소를 변경했다고 설명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주권반환 기념행사를 무산시키겠다고 예고해 행사장을 실내로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18일 송환법 사과 기자회견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람 장관은 기념사에서 “최근 사건으로 대중과 정부가 갈등을 빚었다”며 “정부가 공동체의 의견과 감정에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자진사퇴 요구에는 답하지 않았다. 람 장관은 도로의 시위대를 피해 배를 타고 항구와 인접한 행사장으로 들어갔다고 SCMP는 전했다.

앞서 람 장관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중국 본토와 대만 등의 국가 및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강행하려다 시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관련 논의를 보류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송환법의 공식적인 철회와 람 장관의 사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과 중국은 1984년 중국으로의 홍콩반환협정을 맺었다. 홍콩에서는 반환시점인 1997년부터 매년 7월 1일 기념행사가 열리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도 함께 벌어진다.

올해는 송환법 사태로 예년보다 경비가 삼엄했지만 시위대의 저항도 예년보다 더 격렬했다.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해산 작전에 나선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방패와 진압봉, 최루탄 등으로 무장했고 노란 헬멧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는 우산 뒤로 몸을 숨기며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시위대는 홍콩입법회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철제 카트와 쇠창살 등으로 건물 유리문을 부쉈다. 경찰이 “그만두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했음에도 시위대는 입법회 문을 부쉈다고 CNN은 전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다수 시위대가 부상을 입거나 경찰에 연행됐고 시위대가 뿌린 ‘정체불명의 액체’로 경찰관 13명도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BBC는 전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홍콩 정부는 입법회 건물에 대해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적색 경보를 무시하고 건물 진입을 시도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폭력을 휘두르는 시위자들은 즉시 멈춰야 한다”며 “경찰은 공공질서와 안전을 위해 적절한 강제력을 집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은 홍콩반환협정의 약속을 지키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영국 외무부는 30일(현지시간) 제러미 헌트 장관 명의 성명에서 “최근 홍콩의 시위는 우리의 홍콩반환협정 약속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반환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으로 오늘날도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홍콩의 민주주의를 탄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반환협정은 한 나라 두 체제를 뜻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정신을 담아 2047년까지 홍콩이 현 체제를 유지토록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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