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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캐러밴의 비명… 잇단 일가족 사망·생이별 여전

멕시코 국가방위군 소속 장병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남부 아리아가 지역에서 불법 이민자를 수색하고 있다. 멕시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카드로 압박하자 중남미 출신 이민자(캐러밴)를 단속하기 위해 남부과 북부 국경지역에 군 병력을 증원했다. AP뉴시스


미국으로 향하는 중앙아메리카 불법 이민자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리오그란데 협곡에서는 이민자 가족으로 추정되는 여성과 아이들이 더위와 탈수에 지쳐 숨진 채 발견됐고, 미 국경순찰대는 불법 이민자 자녀들을 비위생적인 시설에 격리수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 텍사스주 경찰은 24일(현지시간) 리오그란데 협곡 인근에서 젊은 여성과 유아 1명, 영아 2명까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외상 흔적은 없었다. 텍사스주 경찰은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탈수와 더위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리오그란데 협곡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 중 40% 이상이 체포되는 지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한 지역과도 가깝다. 지난해 4월에도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가 어린이 3명과 함께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사망했다.

국경을 넘어도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국경순찰대는 최근까지 350명이 넘는 이민자 아동을 부모와 격리해 텍사스주 엘패소카운티에 있는 국경순찰대 구치소에 구금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구치소를 방문했던 변호사들에 따르면 수용된 아이들은 비누와 칫솔, 옷가지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 어린이들의 몸에서는 악취가 진동했고 젖먹이를 돌보는 10대 엄마의 옷은 모유로 얼룩져 있었다. 유아들은 밤이면 굶주림 속에 깨어났고 7, 8세 어린이들이 더 어린아이를 돌봤다고 변호사들은 증언했다.

규정대로라면 이민자 어린이들은 체포 후 72시간 이내에 미 보건복지부(HHS) 산하 보호시설로 옮겨져야 한다. 하지만 보호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어린이들은 구치소에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센 비난이 일자 국경순찰대는 구치소에 있던 어린이 중 약 300명을 보건복지부 산하 보호소와 엘패소의 임시 천막시설로 이송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까지 불법 이민자 가족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해 수용하는 가족분리정책을 폈다.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이 정책을 철회했지만, 최근 이민자 수가 급증하면서 일부 어린이들을 이 시설로 옮겼던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이민자 수는 일단 진정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굴복한 멕시코 정부가 국경에 군병력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24일에도 국경지대에 군병력 1만5000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과테말라 국경지대에도 이미 배치된 4500명 외에 약 2000명의 군인이 추가 배치됐다고 덧붙였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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