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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유한익 원장] “부모 자체가 자녀에 결정적 영향 주는 양육 환경”

유한익 서울우리아이정신과의원 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의 병원에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서 성경적 자녀 코칭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소개하고 있다.송지수 인턴기자




‘자식 농사’란 말이 있다. 자녀 양육을 농사에 비유한 말인데, 둘 다 때에 맞게 정성을 다해 돌봐야 알찬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우리 조상의 체험적 지혜가 담겼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학부모의 대부분은 자녀의 대학 진학 전까지 최대한 좋은 면학 환경을 조성하려 애쓴다. 명문 학군과 주요 학원가를 둔 주거지가 대체로 값비싼 가격대에 형성돼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부모가 일궈놓은 탁월한 양육 환경이 훌륭한 자녀를 키우는 절대조건일까.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유한익(48) 서울우리아이정신과의원 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부모 자체가 자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양육 환경이라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의 유전자를 50% 물려받을 뿐 아니라 부지불식간 부모의 행동과 가치관을 흡수한다. 결국 자녀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부모의 됨됨이에 크게 좌우된다는 뜻이다. 이 내용을 담은 책 ‘같이 있는 부모, 가치 있는 아이’(두란노)를 최근 펴낸 유 원장을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의 병원 진료실에서 만났다. 난독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치료하는 그의 진료실 한쪽에는 놀이 치료를 위한 알록달록한 장난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유 원장은 그간 ‘위기의 한국인’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성인에서의 ADHD’ 등 정신건강과 관련된 책을 주로 펴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성경적 자녀 코칭’을 다룬 육아 안내서를 냈다. 챕터 말미엔 성경 속 예화를 인용해 부모의 육아 태도를 넘어 신앙적 각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가족 중 목회자도 여럿이고 모태신앙인이지만 성경에 관해선 아직 어설프다”고 고백한 그가 ‘성경적 양육’을 논하게 된 계기는 뭘까.

유 원장은 “아픈 아이를 치료하는 데 기존 치료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근한 예로 ‘트라우마 치료’를 들었다. 그는 “트라우마 치료 마지막 단계는 용서다. 상처 준 사람이나 세상을 용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세상의 방법으로는 진정한 용서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의 아픈 기억을 다룰 때 자해 등 여러 반응이 나오므로 조심스럽고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한데 은혜와 같은 성경적 가치관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자녀 양육관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도 이 책을 쓰는 데 역할을 했다. 유 원장은 “지금 부모가 된 3040세대는 유교적 가치관과 토속신앙, 인본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다양한 가치관 속에서 혼돈을 느끼고 있다”며 “살기에도 바빠 양육관을 깊이 고민하기 힘들다. 이는 기독교인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양육의 주체가 부모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자녀를 일관적으로 키우려면 부모의 가치관이 건전하고 견고해야 한다”며 “특히 기독 학부모라면 ‘하나님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르게 자녀를 양육한다’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제안하는 그리스도인의 ‘바른 양육’이란 무엇일까. 자녀뿐 아니라 부모도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자라는 것이다. 유 원장은 “주님의 말씀을 본받아 자녀 양육을 하다 보면 결국 부모가 주님에 합당한 사람이 된다. 양육의 결과가 자식이 아닌 부모가 되는 것”이라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자녀를 허락한 목적은 부모부터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러 자녀의 길잡이 역할을 하라는 데 있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책에 부모의 양육 가치관을 위한 원론적인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아이부터 집에서 스마트폰만 하는 아이, 거짓말하는 아이 등 상황에 따른 대처법도 나온다. 성·물리적 폭력으로 힘겨운 아이를 위한 트라우마 치료 과정도 소개한다.

자녀 양육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주된 해법은 성숙한 부모가 자녀 곁에서 가치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유 원장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동반자”라며 “우리 자녀들이 삶이란 여행을, 부모란 좋은 동반자와 함께 꾸려갈 수 있도록 말씀 안에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부모가 되자”고 권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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