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생활밀착형 제품서 사치품까지… 백화점 PB 인기 여전

백화점이 다양한 분야의 PB를 만들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위부터 신세계백화점 화장품 PB ‘시코르’ 서울 강남역점 전경, ‘시코르’의 메이크업쇼. 신세계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엘리든 맨’ 매장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안경 제작의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대구에서 가장 유명한 공장과 손을 잡고 PB 선글라스 ‘뷰(VIEU)’를 지난해 론칭했다. 사진은 뷰 매장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은 직접 다이아몬드 원석을 구입해 제작·판매·브랜딩한 보석 PB ‘아디르’를 2017년 2월 론칭했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아디르 전경. 신세계백화점 제공
 
갤러리아백화점 ‘수버니어’.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식품 PB ‘원테이블’. 현대백화점 제공


옷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김민지(32)씨는 주로 서울 강남의 스트리트 패션 매장이나 온라인몰을 애용한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세련되고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찾는, 나름 현명한 소비자다.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김씨는 의외로 백화점도 종종 이용한다. 김씨가 백화점을 찾는 이유는 그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구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브랜드를 너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에 좋은 소재의 옷을 구할 수 있어서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의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PB)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16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PB제품군은 그 시작을 알린 가공식품부터 의류, 화장품, 생활용품, 안경 등 생활밀착형 제품뿐 아니라 사치품인 다이아몬드에까지 이른다. 백화점 PB영역에 경계가 없다고 할 정도다.

유통업체가 PB제품을 처음 낸 것은 1997년 이마트의 ‘이플러스 우유’였고, 백화점 PB의 시초는 2005년 롯데백화점의 여성 수입의류 편집숍 ‘엘리든(ELIDEN)’이었다.

PB제품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경쟁이 치열해진 업계에 하나의 돌파구로 작용하고 있다. PB제품은 제품을 론칭한 그 백화점에서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톡톡히 낸다. 백화점 PB제품이라고 하면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신뢰가 소비자들 인식에 깔려 있다는 점도 백화점 입장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백화점 PB제품이 ‘백화점에 방문할 이유’를 제공해주는 셈이다.

롯데백화점의 PB는 ‘직매입’으로 요약된다. 롯데백화점은 첫 편집숍 엘리든을 다양하게 확장해 성별, 연령별로 차별화한 직매입 편집숍을 만들었고, 2017년 5개 브랜드를 ‘엘리든’으로 통합했다. 해외명품 직매입 편집숍 ‘롯데탑스’도 2016년 론칭했다. 첫해 매출 50억원을 올리며 흑자로 시작한 ‘롯데탑스’는 2017년 190억원, 2018년 370억원에 이르며 점포별 목표 달성률을 100% 웃돌았다.

지난해 3월엔 안경 전문 브랜드 ‘뷰’를 냈다. 트렌디한 디자인에 퀄리티를 높인 패션 안경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 안경이나 선글라스보다 가격은 낮추고, 아세테이트 소재를 활용해 정교하고도 안정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 뷰는 매출 신장률이 183.3%나 된다. 롯데백화점 김재열 PB운영팀장은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맞추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다양한 PB상품을 선보이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상품 기획뿐 아니라 제작도 직접 한다. 보통 PB제품들은 대기업이나 백화점, 대형마트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실제 제조는 중소기업이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은 제작을 직접 하고 있다.

직접 제작의 장점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어떤 스타일의 어떤 브랜드가 필요한지 등 검증을 통해 PB 브랜드를 론칭한다”며 “브랜드 론칭 후에도 고객 의견을 반영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이 PB 브랜드를 처음 내놓은 것은 2016년 9월이다.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는 신세계백화점이 기획부터 생산까지 총괄한 첫 PB 브랜드다. 캐시미어 브랜드로 유명한 로로피아나와 이탈리아에서 가공된 원사를 직접 수입해 일반 캐시미어 상품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을 매겼다.

이렇게 백화점이 직매입하거나 직접 제조한 제품은 중간 유통과정이 없다보니 소비자들은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델라라나는 지난해 전년 대비 11.4% 매출이 오르는 등 꾸준히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델라라나의 반응에 힘입어 20대 후반, 30대 초반 소비자들을 공략해 젊은 디자인의 프리미엄 니트 브랜드 일레도 론칭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백화점의 정체성을 프리미엄으로 삼고 있는 갤러리아백화점은 의외로 식품 분야에서 PB제품을 만들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이494’는 고급 식재료로 만든 프리미엄 가정간편식이다. 해외 유명 백화점처럼 쇼퍼백, 텀블러, 향초, 디퓨저와 같은 ‘갤러리아 수버니어(Souvenir) 컬렉션’도 운영하고 있다.

패션 기업 ‘한섬’, 인테리어 기업 ‘리바트’를 인수한 현대백화점그룹은 패션이나 리빙 분야가 아닌 식품 PB를 전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식품 PB ‘원테이블’은 백화점 식품관의 강점인 신선한 식재료와 맛을 앞세웠다. 전국의 특산물과 유명 맛집의 조리법을 결합한 브랜드다. 현대백화점도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캐시미어 브랜드 ‘1온스(1oz)’와 ‘슬로우 이너프(Slow Enough)’를 지난해 론칭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마다 경험 많은 MD들이 좋은 소재를 적절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캐시미어나 니트류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