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홍콩 경제난에 반중 감정 쌓여 폭발… ‘범죄인 인도법’은 방아쇠

홍콩 경찰이 10일 새벽 애드미럴티의 의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대를 향해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9일 홍콩 도심 일대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는 이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홍콩에선 시민 100만명이 정부의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는 홍콩 인구 700만명의 7분의 1에 달했다. AP뉴시스


분노에 찬 100만명의 홍콩 시민들이 반(反)정부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700만 홍콩 인구 중 7분의 1가량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시위는 중국으로 범죄자를 보내도록 하는 홍콩 정부의 범죄인인도법 개정 추진으로 촉발됐지만, 그 이면에는 팍팍한 현실을 견디고 있는 홍콩 시민들의 좌절과 분노가 엉켜 있다. 중국 반환 후 20년 넘게 쌓여왔던 반중 감정이 폭발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9일 홍콩 도심에선 103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모여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다. 코즈웨이베이와 완차이 등 도심과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 일대를 점령한 시민들은 ‘반송중’(反送中·중국 송환 반대) 문구가 적힌 붉은 피켓을 들고 캐리람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정부에 항의했다. 시위대에는 초등학생도 다수 보였다. 이번 시위 참가자는 2014년 이른바 ‘우산혁명’으로 불렸던 민주화 시위 때의 5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시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폭력 사태로 비화됐다.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일본 등지에서도 연대집회가 열렸다.

마틴 리 전 민주당 주석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홍콩에서는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이 억압받고 있다”며 “정부가 이번 시위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시위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은 “홍콩의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민주투사도 송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시위는 홍콩 정부가 중국 대만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자를 넘기도록 하는 범죄인인도법 개정이 도화선이 됐다. 홍콩 의회의 법 개정안 표결은 12일 실시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홍콩 시위는 중국에 의해 자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시민들의 두려움이 표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반환 이후에도 ‘일국양제’에 따른 언론 자유 등을 누려왔지만 최근 중국의 정치적 입김이 세지면서 제약이 심해졌다. 중국 정부는 독립을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을 억압하기 위해 내정간섭을 서슴지 않았다. 홍콩 독립을 주장했던 홍콩민족당은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 해산됐고, 독립 성향인 야당 후보의 피선거권은 박탈됐다.

홍콩 시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 역시 대규모 시위의 원인 중 하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 젊은층의 일자리 부족 문제가 수많은 시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한 것이다. 중국 부호들은 홍콩 부동산을 사들여 집값을 대폭 올려놓았다. 반면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청년들은 낮은 임금으로 홍콩 현지인들보다 구직 경쟁에서 우위에 선 지 오래됐다.

미 부동산컨설팅업체 CBRE에 따르면 홍콩의 평균 집값은 지난달 기준 123만 달러(약 14억원)로 전 세계 35개 주요 도시 중 가장 높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시간당 37.5홍콩달러(약 5600원)에 불과하다. 젊은층 대부분은 주택 구입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해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이민을 떠난 홍콩인은 2만4300명이다. 2012년 이후 최고치다.

중국 정부는 홍콩의 시위에도 범죄인인도법 개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조례 개정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외부 세력이 홍콩 입법 활동에 간섭하는 행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에서 “외국 세력이 홍콩에 대혼란을 일으켜 중국을 해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