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펜션에서 발생한 전 남편 살인사건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 일부가 인천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발견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5일 인천 서구의 재활용업체에서 피의자 고유정(36·사진)씨의 전 남편 A씨(36)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 일부를 수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고씨가 지난달 31일 가족 소유의 주거지인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시신 일부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버리는 모습을 CCTV 영상으로 확인했다. 쓰레기 운반경로를 추적한 경찰은 재활용업체에서 3㎝ 미만의 뼛조각을 다량 발견했다. 하지만 뼛조각의 훼손 정도가 심하고 섭씨 500~600도 이상의 고열에서 소각된 상태여서 정확한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찰은 또 피해자가 살해된 제주 펜션의 하수구 및 정화조에서도 머리카락 58수를 발견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날 고씨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쯤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칼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청소용 솔, 먼지 제거 테이프 등을 구매하는 모습이 담긴 CCTV도 공개했다. 범행 전부터 살해와 시신 훼손, 흔적을 지우기 위한 세정작업까지 준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고씨는 해당 물품을 카드로 결제하고, 이어 휴대전화로 바코드를 제시해 포인트 적립까지 했다. 경찰은 “고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흉기와 청소도구 등을 미리 준비하는 등 완전 범죄를 꿈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이 긴급체포 후 9일째 수사를 이어가면서 고씨의 엽기적인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범행동기와 범행 방법 등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아 수사력 부재와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0㎝에 50㎏ 체구의 여성이 180㎝ 키에 80㎏에 달하는 건장한 남성을 어떻게 살해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은 사건 초기부터 미스터리였으나 경찰은 단독범행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범행 수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전 남편 A씨의 지역 주민 60여명은 전날 제주동부경찰서를 항의 방문해 경찰의 초동수사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경찰은 지난달 27일 A씨의 남동생에게서 “전 부인을 만나러 간 형이 연락 두절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피해자의 행적 파악에 나서 A씨가 지난달 25일 고씨와 함께 조천읍의 한 펜션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으나 고씨의 수상한 모습이 찍힌 인근 단독주택의 CCTV는 확인하지 못했다. A씨의 남동생이 지난달 31일 이 CCTV 영상을 확보해 넘기자 다음 날 고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또 펜션 주인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현장검증도 하지 못하고, 펜션 내 혈흔 등 증거물을 제대로 수집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처음에는 성인 가출로 신고됐고 이후 자살의심신고로 바뀌었다”며 “고씨의 폭력성 등에 대한 유가족의 진술이 나온 후부터 범죄 의심 수사가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