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중국, 35조원 규모 보잉 항공기도 미국 보복카드로 쓰나

중국의 한 주식투자자가 6일 베이징 증권사 객장 내 시황판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다. 중국 증시는 이날 6일째 내림세로 장을 마감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


중국이 희토류 수출제한과 기업 블랙리스트 등재, 유학·여행 금지 등 대미 보복카드를 쏟아내는 가운데 미국 항공사인 보잉 비행기 구매까지 무역전쟁의 무기로 활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300억 달러(35조원)의 보잉항공기 구매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보잉사는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 항공사와 대규모 여객기 구매건에 대해 협상을 해왔으나 중국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잉사와 중국 항공사는 최신 기종인 787드림라이너와 777X 기종의 항공기를 100대가량 매매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보잉이 개발 중인 차세대 여객기 기종 보잉 777-9은 대당 가격이 4억4000만 달러(5180억원)에 달한다. 100대 전체 거래규모는 3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아직 어떤 거래도 곧 계약이 이뤄질 상황은 아니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거래 협상 당사자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측은 미·중 갈등이 격화되자 정부의 지침을 기다리느라 협상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으면 기존에 진행된 협상은 더 이상 진척이 어려울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한때 보잉의 B-737 맥스 여객기 대량 구매를 제시했으나 해당 기종의 추락사고 이후 구매계획을 철회했고, 최근에는 중국 3대 국유항공사가 보잉을 상대로 항공기운항 중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은 또 곧 ‘신뢰할 수 없는 해외기업’ 명단도 발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른바 ‘기업 블랙리스트’로, 미국 기업 및 미국 기업과 협력하는 업체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대응하는 반격 카드를 계속해서 내미는 형국이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현재 신뢰할 수 없는 해외기업 명단을 만드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법을 지키는 기업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아울러 미국이 대만에 20억 달러 이상의 무기 판매를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의 관련 행동에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 중국은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를 결연히 반대한다”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과의 연합 군사훈련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미국이 M1A2 에이브럼스 전차 등을 대만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주장해온 한반도 문제의 단계적·동시적 해결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이택현 기자 schroh@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