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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의 명 클리닉] ‘제2의 심장’ 발을 튼튼하게… 중장년 족부질환 치료 특화

연세건우병원 주인탁 원장(오른쪽)이 변형 정도가 심한 말기 무지외반증 환자의 발을 수술로 교정해주고 있다. 연세건우병원 제공


침묵의 장기가 간이라면, 침묵의 관절은 발이다. 문제가 생겨도 중증 단계로 접어들 때까지 특별한 이상을 드러내지 않아서 붙여진 별명들이다. 불편을 느껴 병원을 찾을 땐 이미 병세가 악화돼 있는 경우도 많다.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작은 2% 정도의 면적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26개의 뼈, 32개의 근육과 힘줄, 107개의 인대가 얽혀 있다. 걸을 때마다 체중의 1.5배에 해당하는 하중이 발에 가해지고, 하루 평균 5000~8000번의 걸음을 내딛는다. 발은 또한 심장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피돌기를 따라 종착지인 발에 모인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올려 보내는 ‘제2의 심장’ 역할을 한다.

연세건우병원 주인탁 원장(전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무지외반증과 발목연골손상, 발목관절염 등 3대 발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주 원장은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출신으로 대한족부족관절학회 회장, 미국족부족관절학회지(AJSM) 편집위원 등을 역임한 발 질환 분야 권위자다. 또 연세건우병원은 족부질환 치료, 즉 발 건강관리를 특화한 정형외과 중심 의료기관이다.

관절건강 붕괴 ‘신호탄’ 무지외반증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돌출돼 걸을 때 통증을 일으키는 발 변형 질환이다. 하이힐과 같이 볼이 좁은 구두를 즐겨 신는 중장년 여성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스페인 유전공학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무지외반증의 모계 유전 확률은 50% 이상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도 여성이 8:2 비율로 남성보다 4배나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무지외반증은 우리 몸 관절건강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정상인은 보행 시 엄지발가락에 체중의 약 60%가 실린다. 무지외반증 환자는 이와 반대로 엄지발가락이 휜 상태라 발의 중지나 약지에 몸무게가 많이 쏠린다. 결국 정상 보행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무릎, 고관절, 척추 관절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관절질환도 쉽게 발생한다.

변형각 20도 이상이면 수술로 교정

무지외반증은 변형각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 휜 각도가 20도 이하이면 맞춤 신발, 인솔(깔창), 보조기구 등 보존 요법으로 발 변형 지연 및 통증 완화를 도모한다. 그러나 20도 이상 틀어졌을 때는 갈수록 변형이 심해지며 주변조직 손상과 더불어 부자연스러운 보행을 유발하기 때문에 수술을 통한 교정이 필요하다.

주 원장은 발 변형 정도를 크게 중기와 말기로 구분, 수술 방법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개인 맞춤 수술을 위해서다. 예컨대 중기 무지외반증의 경우 특수기구를 이용한 미세교정술을 시행한다. 이 단계에선 변형 정도가 비교적 심하지 않기 때문에 절개 범위를 최소화해 변형된 뼈를 바로잡아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만큼 회복이 빠르고 수술 후 회복기 통증도 덜하다.

좀더 복잡한 복합교정 절골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바로 말기 상황이다. 이 경우 기존의 수술은 돌출된 뼈만 깎아 연부조직을 봉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복합교정 절골술은 이런 불편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수술은 먼저 돌출된 뼈에 실금을 내어 내측으로 당겨 정렬을 맞춰준 뒤 통증 조절에 효과적인 약물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두 발 동시 수술도 가능하다.

반복된 외상이 유발하는 발목연골손상

발목 연골과 관절은 발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 조직이다. 연골이 망가지고 관절이 닳으면 붓거나 통증이 심해져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된다. 발목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 탓에 한번 손상되면 좋아지지 않고 더 악화되기 쉽다. 그런 만큼 손상 정도에 따라 가능한 한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보통 40대 전후 연골손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발목관절염을 부르는 연골손상은 20대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주원인은 반복적인 발목 외상이다. 국내 발목외상 환자 수는 연간 130만여 명에 이른다. 외상성 무릎관절염 환자(약 20만 명)보다 6배 이상 많은 숫자다.

발목연골의 두께는 1㎜내외로 무릎 연골(3~5㎜)의 절반 수준도 안 되게 얇다. 그 만큼 외부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발목 연골이 손상되면 발목이 쉽게 붓거나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또 걸을 때 발목 관절에서 소리가 나고 쉽게 발 피로를 느끼게 된다.

구멍 내 골세포 자극 미세천공술 유용

발목연골 손상 역시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구분된다. 초기에는 발을 쉬게 해주거나 소염제·주사 치료 같은 보존요법으로 치료한다. 이 방법으로 좋아지지 않을 때는 연골에 촘촘히 구멍을 내 골세포를 자극하는 ‘미세천공술’이 필요하다.

내시경을 이용해 손상돼 너덜거리는 연골 조직을 말끔히 제거한 후 특수기구로 발목뼈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주는 치료법이다. 발목뼈 안쪽에는 골수가 있고, 이 골수 속에는 연골을 키우는 줄기세포가 들어있다. 뼈에 구멍을 내면 그 사이로 줄기세포가 서서히 차오른다. 줄기세포는 차츰 주변 조직과 융합해 기존 연골이 하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이 치료법에도 한계는 있다. ▲손상된 연골 면적이 1.5㎠ 이상일 때 ▲치료를 받았으나 재발했을 때 ▲연골이 손상된 위치가 발목 관절의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일 때 ▲연골 밑에 낭종(물혹)이 자리 잡았을 때 ▲크고 작은 발목염좌가 반복돼 인대 상태가 나쁠 때는 소용이 없다.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술이다. 무릎연골과 마찬가지로 발목연골 역시 조직재생에 효과적인 세포치료가 가능하다. 주 원장은 “최근 땅에 씨앗을 뿌려주듯이 줄기세포를 연골에 심어주는 ‘필홀(Fill-Hole) 방식으로 연골재생술을 진행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릎과 달리 청년층에 흔한 발목관절염

관절염은 무릎이나 척추관절에만 생기는 병이 아니다. 발목에도 관절염이 발생한다. 다른 부위와 다른 점은 퇴행성 변화보다 주로 외상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발은 우리 몸에서 염좌나 골절 등 외상 위험이 높고 체중 부하에 따른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부위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도 발목관절염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주 원장은 “환자 중 70∼80%가 30~50대 나이에 당한 발목외상 때문에 급기야 발목관절염까지 앓게 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고 전했다.

치료법은 크게 SMO 수술과 인공관절치환술로 나뉜다. 관절염이 진행되면 발목 관절이 정상 위치에서 점점 벗어나 틀어지게 되고, 통증도 심해진다. SMO 수술은 이렇게 틀어진 뼈를 원래대로 돌려놔주는 치료다. 다시 말해 관절염으로 내측 관절 연골에 과하게 쏠린 비대칭적 부하와 체중 부하 축을 바깥쪽 정상 연골 부위로 이동시켜주는 방법이다.

인공관절치환술은 말 그대로 고장이 나서 제 기능을 못하는 자기 관절 대신 인공관절을 발목에 넣어주는 치료법이다. 수술 범위가 작아 무릎관절과 달리 40분~1시간 정도면 끝난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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