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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각국에 “누구 편이냐”… 무역 넘어 군사분야까지 줄 세우기

오토바이를 탄 중국 여성이 지난 2일 항저우시의 한 거리에 세워져 있는 미국 물류기업 페덱스 차량 앞으로 지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기업으로 지정하자 각국의 IT기업들이 화웨이와의 협력관계를 끊는 등 화웨이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페덱스가 화웨이 화물을 잘못 배송하자 이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AP뉴시스


한 여성이 지난달 29일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과 중국 두 슈퍼파워의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한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및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기업’으로 묶고 각국에 동참을 강권하자 중국은 미국에 협조하는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사소한 ‘배달 착오’를 문제삼아 미국 기업 페덱스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른 기업들의 동조를 차단하려는 경고성 조치다.

미·중의 남중국해 갈등이 격화되면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줄 세우기가 우려된다. 두 초강대국의 고래싸움에 휘말렸다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각국의 기업들만 곤혹스럽게 됐다.

3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우정당국은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의 화웨이 화물 배송 오류 사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명하며 전면 조사에 나섰다. 페덱스는 화웨이가 지난달 일본에서 중국으로 보낸 화물 2개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페덱스 본부로 잘못 배달했다.

마쥔성 중국 우정국장은 “어떤 택배기업이든 중국 법을 지켜야 하며 중국 기업과 사용자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개별 운송업체의 실수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곧바로 발벗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따라서 미국이 지난 1일 보복 관세를 본격적으로 부과하자 중국이 미국 정부 대신 미국 대표 운송업체 페덱스를 타깃으로 보복조치를 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에 협조하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경고 성격도 있다.

상무부는 또 지난달 31일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이란 외국기업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구체적인 지침까지 공개했다. 즈류쉰 상무부 안보·관제국장은 블랙리스트 지정 요건으로 “중국 업체를 봉쇄하거나 부품 공급을 중단 또는 차별하는 외국 기업 및 조직, 개인”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기업이나 관련 사업에 실질적 손해 초래 여부와 중국의 국가 안보 및 잠재적 위협 초래 등을 고려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의 ‘화웨이 거래 제한 조치’에 구글과 퀄컴 등 미국 기업들 외에 영국, 일본 회사들까지 가세하자 “줄을 함부로 서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다. 왕서우원 부부장은 대미 희토류 수출제한 가능성도 재차 거론했다.

중국 정부는 또 올해 1분기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이 전년 동기대비 70% 가까이 줄어 62억5000만 달러(약 7조3956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미국을 자극했다. 무역전쟁 전인 2017년 미국의 대중국 농산물 수출액은 240억 달러(약 28조3992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시장을 잃어버리면 시장점유율을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농산물 수입을 줄이면 다른 농산물 수출 국가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의미여서 적전 분열 카드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양국 갈등은 교육 분야까지 확산됐다. 중국 교육부는 ‘2019년 1호 유학경계령’를 발령했다. 교육부는 “최근 미국 유학비자 발급 과정에서 일부 유학생들이 제한을 받고 있다”며 “미국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철저히 대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중국 유학생들의 미국 유학비자 발급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미·중 양국은 군사 분야에서도 편 가르기를 조장하고 있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대행은 지난 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각국 국익에서 장기적으로 가장 큰 위협은 국제법 질서를 훼손하려고 하는 나라”라며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언급하며 일본과 한국 대만 아세안과의 제휴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만약 한국이나 아세안 국가가 인도·태평양 구상에 공식 협력할 경우 중국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조민아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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