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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선장, 통보 않고 추월하다 사고”… 끝없는 미스터리

허블레아니호의 현재 위치(검은색 원안)가 노르웨이팀의 소나 영상과 구글 지도의 합성으로 제작돼 현지시간으로 3일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섬에 마련된 헝가리 측 현장지휘소(CP)에서 공개됐다. 뉴시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서 3일 오전(현지시간) 헝가리 구조대 소속 잠수부가 수중수색에 나서기 전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를 유발한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의 미심쩍은 행적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바이킹 시긴이 앞서가는 허블레아니에 사전통보 없이 추월을 시도하다가 사고를 일으켰다는 목격자 증언이 2일(현지시간) 나왔다. 바이킹 시긴의 선장은 사고 발생 직후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횡설수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문이 쌓이면서 선장이 제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사고 당시 인근에 있던 한 유람선의 선장 톨나이 졸탄은 헝가리 민영방송 TV2 인터뷰에서 “바이킹 시긴의 선장은 사고 전 교신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당시 주파수를 몇 차례 바꾸고 있었지만 바이킹 시긴이 허블레아니에 추월 의사를 밝히거나 주의를 촉구하거나 긴급 상황임을 알리는 내용의 교신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이킹 시긴의 선장이 침묵을 깬 건 허블레아니가 가라앉은 뒤의 일이다. 하지만 그가 여러 외국어를 섞어서 쓰는 바람에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한다. 톨나이는 “바이킹 시긴의 선장은 한 문장을 말하면서 영어와 독일어, 러시아어를 뒤섞었다”며 “주변 다른 선박과 교신을 하고서야 사고가 났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는 사고 후 현장에 도착했던 경찰도 정확히 언제 침몰 사고가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허블레아니의 선사 파노라마 덱이 소속된 헝가리 여객선협회 역시 바이킹 시긴의 무리한 추월 시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여객선협회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도자료에서 “사고는 추월 시도 과정에서 일어났다”며 “번잡하고 협소한 곳에서 추월을 하려면 미리 선행 선박의 허가를 받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부다페스트 중심가를 지나는 다뉴브강의 4㎞ 구간은 매우 혼잡하고, 저녁시간에는 평균 70여척의 선박이 동시에 운항하기 때문에 교신은 필수적이다.

사고 당시 바이킹 시긴의 선장이 선장실에 없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지 매체 오리고는 “바이킹 시긴의 선장실에서는 충돌 2분15초 전부터 허블레아니를 식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선장이 선장실에 있었다면 2분15초 동안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실제로 선장실이 비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면 선장의 중대 과실이 하나 더 추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장은 부주의 및 근무 태만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소 2년, 최대 8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현지 매체 블리크 등에 따르면 바이킹 시긴의 선장은 보석금 1500만 포린트(약 6100만원)을 지불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헝가리 검찰은 불구속 재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여러 악조건으로 구조와 수색에 제약을 받고 있어 애가 탄다”며 “정부는 모든 외교 채널과 물적·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주헝가리 대사관을 통해 바이킹 시긴의 가압류를 헝가리 당국에 요청할 방침이다.

조성은 이상헌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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