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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위터 없인 못살아”… 하루 10여건씩 폭풍 트윗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중독이 더 심각해질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CNN)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종일 민주당에 욕설 트윗을 날리느라 지문이 다 닳아버렸을 것이다.”(폴리티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별난 ‘트위터 사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꼭두새벽부터 활동을 개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는 하루 평균 10건이 넘는 글이 게시된다. 세계 초강대국 대통령의 발언과 생각인 만큼 파급력도 만만찮다. 전 세계 언론은 갈수록 심해지는 그의 트위터 집착에 난감한 상황이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윗을 올리는 횟수는 2년 전보다 2배가량 늘어났다. 그는 취임 이후 첫 6개월 동안 월평균 157차례 트윗을 게시했지만, 2020년 대선을 앞둔 지금 이 수치는 284번으로 뛰었다. 지난달 23일에는 30분 만에 24건에 달하는 트윗와 리트윗을 마구잡이로 올리기도 했다. 이전 트윗을 다 읽기도 전에 바로 다음 트윗이 새로 뜨는 식이다. 트위터의 공동설립자 에번 윌리엄스는 그를 가리켜 “소셜미디어의 달인”이라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국제사회를 뒤흔들 만한 ‘핵폭탄급’ 내용도 트윗에서 나온다. 언론을 신뢰하지 못하는 트럼프는 주요 발표를 트윗으로 한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연일 격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위터에 “이란이 싸움을 원한다면 공식적 종말(official end)을 맞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자칫하면 그가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중동의 최대 화약고인 골란고원을 두고 “이스라엘 주권을 완전히 인정할 때가 됐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일에는 갑자기 “중국은 우리와 합의하고 싶어한다(make a deal)”는 트윗을 올려 미 증시가 하루 종일 요동치게 만들었다. 북한발 안보 위협이 고조됐던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북한을 겨냥해 “미국을 더 협박하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은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파괴력 있는 트윗을 매일 같이 올리는 심리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대해서 잠깐 언급했다. 그는 “나에게 트위터란 마치 타자기(typewriter)와 같은 것”이라며 “만약 긴급하게 알려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나는 ‘이것 봐라, 붐!(Watch this, boom!)’이라고 생각하며 트윗을 날린다”고 말했다. 어떤 사안을 신중하게 고민한 뒤 글을 올리는 게 아니라, 트윗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그러면 내 메시지는 모든 곳에 즉시 알려지게 될 것”이라며 “트위터는 내게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가장 현대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의 최고 수장이라는 데 있다. 우리나라 인구 수보다 많은 600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의 트위터는 국제정세 흐름을 뒤바꿀 만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하나하나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기자들은 2015년부터 줄곧 트럼프가 트윗을 올릴 때마다 마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것처럼 화들짝 놀라곤 한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언론인으로서 대통령의 트윗을 놓치는 것은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의 파급력이 차츰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악시오스가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크라우드탱글과 공동조사한 결과 트럼프 트위터의 상호작용 비율(interaction rate)은 2년새 0.55%에서 0.16%로 급감했다. 상호작용 비율이란 트윗당 ‘좋아요’와 리트윗 건수를 총 팔로워 수로 나눈 수치다.

이는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2.58%)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토론토스타의 대니얼 데일 워싱턴 지국장은 “트럼프의 트윗 공격은 똑같은 양상을 반복해 더 이상 충격을 주지 못한다”며 “통념을 깼던 대통령의 트윗은 이제 평범한 일상이 됐고, 수많은 팔로워들은 이전보다 그의 트윗을 주의깊게 읽지 않고 있다”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민주당 정적들을 겨냥해 저급한 욕설을 올리는 행태도 그의 트위터가 영향력을 잃게 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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