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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이 악몽으로… 日서 무차별 칼부림에 초등생 등 19명 사상

일본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28일 오전 도쿄 인근 가와사키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들에게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 이날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50대 남성이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초등학생 등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난동 뒤 자해한 용의자도 숨졌다. AP뉴시스


“엄마, 아빠 무서워.” “살려주세요.”

28일 오전 7시45분쯤 일본 도쿄에서 멀지 않은 한적한 소도시 가와사키(川崎) 시내 노보리토 공원 부근 주택가의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갑자기 아이들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스포츠형 머리에 안경을 쓴 남성이 다가오더니 “죽여버린다”고 외치면서 양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당시 1.5㎞ 떨어진 카리타스 사립초등학교에 가기 위해 정류장에 줄 서서 스쿨버스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이 남성이 갑자기 휘두른 흉기에 차례차례 쓰러졌다.

이날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으로 초등학생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3명은 중태다. 스쿨버스 운전사는 NHK에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차를 세웠는데, 한 남성이 앞쪽에서 양손에 흉기를 들고 걸어오더니 버스에 타려던 학생들을 차례대로 찔렀다”면서 “이 남성에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지르자 도망가더니 수십m 떨어진 곳에서 칼로 자기 목을 베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흉기를 피한 몇몇 아이들은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도움을 청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관과 소방관이 도착해 길거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아이들에게 심폐소생술 등 긴급조치를 취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이 사건현장 주변에 펜스를 치기까지 피웅덩이 속에는 ‘란도셀(일본식 책가방)’이 나뒹굴었다. 현장에선 용의자가 사용한 흉기 2개가 발견됐다. 용의자는 흉기를 모두 4개 가지고 있었다.

수사당국은 저녁 늦게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51세 남성인 이와사키 류이치(岩崎隆一)라고 공개했다. 이와사키는 범행 직후 자해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졌다.

NHK 등은 이와사키의 이웃과 초등학교 동창생 등을 인용해 “이와사키는 나이든 삼촌 부부와 함께 살았으며, 어릴 때부터 화를 잘 냈다”면서 “초등학교 때 동급생을 연필로 찌른 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이웃들과 말다툼을 자주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언론들은 사건 상황과 부상자 치료 상황 등을 속보로 내보냈다. 산케이신문은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평소 한적한 주택가여서 주민들의 충격이 매우 크다”면서 “이번 사건은 일본 사회의 안전신화가 붕괴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가공안위원장에게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또 문부과학상에게 모든 초등학교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을 확보하도록 했다. 일본을 국빈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출국에 앞서 “피해를 본 분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일본에서는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을 ‘도리마(거리의 살인마) 살인’이라고 부른다. 요미우리신문은 경찰청 자료를 인용해 지난 10년간 70건의 도리마 살인이 발생해 2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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