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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중도파 과반 붕괴… 극우당 ‘빅 점프’ 英·佛·伊서 1위




올해 유럽의회 선거 결과 40년간 유럽 정치에서 주류를 형성했던 중도 우파와 좌파가 힘을 잃고 극우세력이 약진했다. 지난 5년간 난민 위기와 브렉시트 국민투표 등 유럽 통합의 가치를 뒤흔드는 여러 이슈를 경험한 유럽의 유권자들은 기성 정치세력 대신 ‘새로운 피’를 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중도세력이 우위를 점해온 유럽 정치지형의 대격변을 예고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의회는 23~26일(현지시간) 실시된 선거에서 국가별 개표 및 출구조사를 종합한 결과 전체 751석 가운데 중도 우파 성향인 유럽국민당(EPP)이 180석, 중도 좌파로 분류되는 사회당(S&D)이 146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27일 발표했다. 현 의석수와 비교하면 각각 41석, 45석 줄었다. 중도 좌·우파를 대표하는 두 정당의 총 의석수가 과반을 획득하지 못한 경우는 1979년 첫 선거 이후 처음이다.

중도세력이 놓친 의석은 극우 정당과 녹색당 계열이 차지했다. 영국 보수당과 스웨덴민주당(SD)이 속한 유럽보수개혁주의(ECR)는 59석, 영국 브렉시트당과 독일을위한대안(AfD)이 포함된 자유와 직접민주주의 유럽(EFDD)은 54석, 이탈리아 동맹과 프랑스 국민연합(RN)이 참여하는 민족과 자유의 유럽(ENF)은 58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극우 계열인 3개 정당의 예상 의석수를 합하면 총 171석으로 전체 의석의 4분의 1가량이다. 녹색당 및 유럽자유동맹(Greens/EFA)은 69석을 얻으며 눈에 띄게 선전했다.

극우 정당의 약진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영국에선 출구조사 결과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신생 브렉시트당이 득표율 32%로 1위에 올랐고, 집권 보수당은 고작 9%에 그쳤다. 프랑스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이 23%를 얻으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레퓌블리크앙마르슈(REM)는 22%로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에선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주도하는 동맹이 34%, 헝가리의 경우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피데스가 52%를 득표하며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탈리아와 헝가리 정상 모두 강경한 반(反)난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가까스로 극우 돌풍을 막은 나라들도 있다. 독일에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연합이 득표율 29%로 1위를 차지했고, AfD는 11%를 얻어 4위에 머물렀다. 스페인에서도 중도 좌파 성향인 집권 사회노동당(PSOE)이 33%로 선두를 점했다. 지난달 스페인 총선에서 예상외로 선전한 극우 정당 복스(VOX)는 이번 선거에선 6%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선거 결과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동안 의회 내에서 유럽 통합을 이끌던 중도 정당들의 부진이다. 유권자들은 난민 위기에 따른 역내 불안정성,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초래한 혼란상, 2015년 파리 총격 사건 이후 일상화된 테러 위협 등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유럽 정치의 주류 세력에게 선거를 통해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선거 투표율은 50.5%로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후보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자유민주당(ADLD) 대표는 “(중도세력의) 권력 독점이 깨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우세력들의 약진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럽 극우 정당들은 선거 이전부터 각국 선거에서 선전을 거두며 그 위력을 과시해 왔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이 의석 중 30% 정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인들은 수년간 EU 통합과 분열을 놓고 혼란을 겪었지만, 아직 EU를 포기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녹색당의 전례 없는 선전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대응을 요구하는 유럽 내 분위기가 이번 선거에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어떤 세력도 과반을 점하지 못하게 되면서 향후 정당 간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EPP와 S&D는 친EU 성향인 유럽자유민주주의동맹(ALDE)이나 녹색당 계열과 연정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이전보다 목소리가 커진 3개의 극우 정당은 힘을 합쳐 반난민·반EU 정책 추진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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