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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구미 가족 만난 트럼프 “매우 슬픈 얘기… 북에 문제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27일 도쿄 영빈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하고 있다. 일본 납북 피해자 가족모임 사무국장 요코타 다쿠야(왼쪽)가 1977년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된 누나 요코타 메구미(당시 13세)의 사진을 들고 있다. 왼쪽 두 번째는 메구미의 어머니 요코타 사키에. 북한은 2004년 메구미가 사망했다며 일본으로 유골을 보냈으나 다른 사람 유골로 드러나면서 북·일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했다. AP뉴시스


일본을 국빈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7일 도쿄 고쿄(왕궁) 내 연회장 ‘호메이덴’에서 나루히토 일왕 부부와 건배하고 있다. 일왕 부부는 즉위 후 첫 외국 손님인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게 만찬을 대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언급하며 “미·일동맹은 풍부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7일 정상회담은 미·일동맹의 굳건함을 거듭 확인하는 자리였다. 특히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를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납북 피해자인 다구치 야에코(실종 당시 22세)의 형 이즈카 시게오, 요코타 메구미(실종 당시 13세)의 모친 사키에를 만났다. 그는 “여러분의 사랑스러운 가족들을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다. 납치 문제는 항상 내 머릿속에 있다”며 “매우 슬픈 얘기다. 어머니와 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납치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기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년 전인 2017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 피해자 가족들은 북·일 정상회담의 조기 성사를 위해 힘써줄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북·일 관계에서 핵심 갈등 사안이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일본인 납북자는 현재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북한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납치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기 위해 다음은 나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위원장을 “똑똑한 사람”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에서 미국과 일본의 입장은 완전히 일치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미·일 두 정상의 확연한 입장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제재 위반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던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정상이 동맹국 정상의 입장을 반박한 셈이 됐다. AP통신은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강한 우정을 강조했지만, 일본 안보에 위협이 되는 단거리 미사일에는 상당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두 정상은 미·일동맹의 공고함을 부각하는데도 주력했다. 두 정상은 양국이 미국의 아시아전략의 핵심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한국을 뺀 채 “호주 인도 아세안 미국 프랑스 등 관계국과 인도·태평양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오전 나루히토 일왕이 마련한 궁중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지요다에 있는 고쿄(왕궁) 내 궁전에 도착해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의 영접을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유학한 나루히토 일왕과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외교관이었던 마사코 왕비 모두 영어가 유창하다.

선물 교환도 이뤄졌다. 나루히토 일왕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게 도자기 장식품과 금세공 목제 장식함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루히토 일왕에게 비올라를 선물했다. 마사코 왕비에게는 하버드대에 있는 나무로 만든 만년필 등을 선물했다. 면담에는 나루히토 일왕이 영어를 섞어 말했고 마사코 왕비는 모두 영어로 대화했다고 NHK가 전했다. 저녁에 이뤄진 궁중 만찬에선 광어 뫼니에르(서양식 버터구이)와 스테이크 등 일본과 프랑스 음식이 나왔다.

한편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아베 총리와 대화하다 “남북이 전혀 대화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응에 곤혹스러워하고 있음을 아베 총리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아베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와 달라는 방한 요청을 여러 번 받았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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