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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 AI 베스트셀러 작가 나온다는데… “감동 줄지는 의문”

인공지능(AI)은 소설의 서사 구조를 광범위하게 학습한 뒤 이를 조합해 작품을 써내고 있다. 현재까지는 수준이 매우 높지 않지만 2049년쯤엔 베스트셀러를 쓰는 AI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픽사베이


한국고용정보원은 2016년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을 발표했다. 1위는 화가, 2위는 사진가, 3위는 작가, 4위는 지휘자, 5위는 만화가로 나타났다. 주로 창의성과 개성이 두드러지는 예술계 직종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예일대 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전문가 352명의 설문을 바탕으로 이 영역조차도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서 2024년쯤 Al의 번역 능력이 인간보다 더 좋아지고, 2026년엔 AI가 고등학생 수준의 에세이를 써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2049년 정도엔 AI 베스트셀러 작가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불과 30년 뒤다. 문학실험실의 ‘쓺’ 최신호는 국내 문학잡지 최초로 ‘인공지능이 쓰는 소설은 가능한가’ 등 AI와 문화의 관계를 특집으로 다뤘다.

그만큼 AI가 문학계에도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는 의미다. 소설가이기도 한 이인성 문학실험실 대표는 20일 국민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AI는 현재 단순 조립 단계의 소설을 쓰고 있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그 수준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지능적 기계인 AI와 지능적 유기체인 인간 사이의 문화적이고 윤리적인 관계에 대한 이해가 절박하다”고 말했다.

출판기획자, 과학철학자, 문학평론가 등 7명은 ‘인공지능의 도래, 문화의 미래’라는 제목 아래 다양한 글을 썼다. 출판기획자 선정우씨는 ‘문학작품을 쓰는 AI’에서 “문학에는 서사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에” AI가 소설을 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SF 분야 문학상인 호시신이치상에 AI가 쓴 소설이 출품돼 1차 심사를 통과한 적이 있다.

구글은 로맨스 소설 1만1000편을 AI가 읽도록 하고 그중 2865개 작품을 샘플 삼아 직접 소설을 쓰는 실험을 했다. ‘이야기의 방정식’을 학습한 AI가 스토리까지 만들어내는 것이다. 2017년에는 중국에서 만든 인공지능 기반 챗봇 ‘샤오이스’가 쓴 시가 시집으로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AI 연구기관 ‘오픈 AI’가 개발한 ‘GPT-2’는 글짓기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러나 AI가 쓴 작품의 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선씨는 “과거 결과물을 단순 학습한 AI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지는 의문”이라고 회의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AI가 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인간만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인간의 욕구를 내밀하게 반영한 진정한 문학 작품을 쓸 수 있다”고 단언했다.

아예 AI의 작품을 문학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는 “문학은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라 작가의 총체적 경험의 산물이자 작가와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며 “AI의 글이 가치를 가질 수는 있지만 그것을 문학으로 인정할 순 없다”고 했다. 소설과 시를 쓰는 AI의 출현으로 우리는 이제 문학과 기술이 인간에게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됐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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