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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홍종락] “루이스처럼 문답을 통해 신앙의 길 찾아보세요”

CS 루이스의 책을 번역하며 누려온 즐거움과 깨달음을 담은 에세이집 ‘오리지널 에필로그’의 저자 홍종락씨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카페 앞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송지수 인턴기자




영국 작가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는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손꼽혀왔다. 한국엔 1990년대 가톨릭계 출판사 성바오로서원 등을 통해 소개됐다.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0년 홍성사가 ‘정본 CS 루이스 클래식’을 펴내면서부터다. 시리즈의 첫 책인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시작으로 ‘천국과 지옥의 이혼’ ‘헤아려 본 슬픔’ 등이 연달아 출간되면서 루이스 독자층이 생겼다.

하지만 독자 대다수는 여전히 루이스의 글 읽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 이들에게 유용하면서도 믿을만한 참고서 하나가 등장했다. 오랫동안 루이스를 번역해 온 기독 번역가 홍종락(48)이 쓴 ‘오리지널 에필로그’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루이스의 책을 처음 만난 건, 서울대 언어학과 재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학생신앙운동(SFC) 동문 선배의 책장이었다. 우연히 펼쳐 든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다시 루이스의 책을 펼친 건, 대학 졸업 후 한국해비타트 간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때였다.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를 시험삼아 번역했는데, ‘좀 더 쉬운 책으로 번역을 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는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생각해 접었다”면서 “한참 뒤에야 그 책이 루이스 저서 중 난이도가 높은 책이었음을 알았다”며 웃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2001년 번역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듬해 나온 제임스 패커의 ‘성령을 아는 지식’이 첫 번역서였다. 루이스 책 번역까지는 시간이 더 걸려 2007년 ‘개인기도’를 처음 번역했다. ‘중보기도 목록을 줄여보라’는 조언을 들을 정도로 기도를 중시했던 루이스가 기도에 대해 쓴 글이다. 이후 ‘순례자의 귀향’ ‘영광의 무게’ 등 루이스 저서 10권을 더 번역했지만, 그 책이 지금도 “가장 번역하기 어려웠던 책으로 기억에 남아있다”고 했다.

이후 루이스의 책을 번역할 기회가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맡아서 해왔다. 루이스 저서뿐 아니라 루이스 연구서와 해설서 등 20여권이 리스트에 쌓였다. 10여년간 루이스를 연구하며 누려온 즐거움을 짬짬이 글로 옮겨왔다. 이 책은 그 에세이들을 엮어 처음으로 선보인 단독 저서다. ‘왜 루이스였냐’는 질문부터 ‘어떻게 루이스를 읽을까요’까지 그가 자주 받았던 물음에 대한 답들도 담았다.

루이스 책의 첫 번째 한국 독자로 사는 동안 그가 발견한 매력은 뭘까. 그는 “루이스의 글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를 그림이 그려지도록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물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근본부터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크면서 품게 된 질문들이 있었는데, 루이스의 책을 읽으며 ‘내가 잘못한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루이스의 신학적 견해에 모두 동의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신앙의 자세에 있어서만큼은 루이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신앙이 믿음의 문제이긴 하지만, 믿음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적나라한 고민의 시간들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하나님은 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하시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예수님이 산상수훈에서 많이 하신 말씀이 ‘생각하라’였던 것처럼, 답을 찾는 데 몇 년씩 걸려도 괜찮고 상대방과 대화하다 내가 져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찾다 보면 하나님께서 여러 과정을 통해 답을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로 꼽히기에 많은 이들이 루이스의 책은 논리적이고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어떤 부분은 건조해 보이지만, 가슴 뛰게 하는 대목도 적잖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영광의 무게’ 중 설교문 ‘변환’에서 이차원적 인간이 삼차원 세계를 그려낸 그림을 보게 되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일독을 권했다.

루이스는 뛰어난 작가이자 교수였지만 누구보다 진실한 신앙인이었다. 그는 “루이스의 삶을 보면,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하고 기독교 변증가로 인정받았지만 옥스퍼드대 등 학계에서는 ‘지적 매춘’을 한다는 비난을 받았고 이를 감수하며 살았다”며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힘들고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낸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책에서 루이스의 저술 활동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각각의 책이 지닌 장점과 의미도 놓치지 않고 소개한다. 특히 앞부분에 실린 루이스의 생애와 부록으로 첨부된 루이스 읽기 가이드는 실용적이다.

루이스 입문서를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꼽았다. 그는 “루이스의 세계관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나니아 연대기’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타지 장르에 거부감이 있는 기독교인이라면 ‘천국과 지옥의 이혼’ ‘순전한 기독교’ ‘영광의 무게’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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