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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우리는 산불 진압 전사, 위험 무릅쓰고 산속 누빈다

불기둥이 치솟는 산불 현장의 최일선에서 호스 한 줄에 의지해 불을 끈 산림청 산불재난 특수진화대가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에 위치한 강릉국유림관리소에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들이 장비를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릉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김종서 김유섭 최운규 임병천 홍성인 박연철 강부영씨.
 
지난달 4일 강원도 동해안 지역 산불현장에서 특수진화대원이 호스를 이용해 불길을 잡고 있다.
 
강원도 곳곳을 뒤덮었던 화염이 지나간 후 찾아간 강릉시 옥계면 야산은 잿더미로, 나무들은 숯덩이로 변해 있다.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에 위치한 동부지방산림청 강릉국유림관리소 산림재해 상황실에서 임호상 보호관리팀장이 산림 곳곳에 설치된 무인감시카메라를 통해 산불감시를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에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들이 20kg이 넘는 양수기와 호스를 등에 메고 가파른 야산을 오르며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특수진화대원들이 갈퀴와 호스를 활용해 낙엽과 가연성 물질을 제거하며 방화선 구축과 잔불제거 훈련을 하고 있다.


“마스크를 써도 불길이 거세지면 연기를 많이 마시고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까맣게 불탄 나무처럼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속도 타들어갑니다.”

한 산림청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이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지난달 4일 강원도 강릉·고성 등 5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불을 끄기 위해 전국의 소방차가 강원도로 향했고, 밤새 불길을 잡고 길바닥에서 식사를 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들 말고도 깊은 산속으로 직접 올라가 위험을 무릅쓰고 불이 번지는 걸 온몸으로 막은 숨은 주역이 있다. 바로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다. 이들은 산림 분야의 전문 소방관이다. 산불이 나면 가장 먼저 현장과 야간 진화 작업에 투입된다. 이번에도 180여명의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들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깊은 산속과 헬기가 뜨지 못하는 한밤중에 20kg짜리 양수기와 호스 갈퀴 등을 들고 올라가 산불과 사투를 벌였다. 뜨거운 불길과 유독 연기를 직접 맞닥뜨리는 대원들은 무거운 장비를 메고 깊은 산속을 종횡무진 누벼야 하는 까닭에 소방용 공기호흡기 대신 미세먼지용 마스크에 의지한다. 동부지방산림청 강릉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박연철(25)씨는 “이번 산불은 강풍이 휘몰아쳐 불기둥이 솟구쳤다”며 “우리가 물러서면 내 고장의 산림이 위험했기에 저지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목숨을 담보로 화마와 싸워야 하는 특수진화대원들은 일당 10만원, 10개월짜리 계약직 신분이지만 아름다운 산림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근무하고 있다. 강릉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20명은 2개조로 나뉘어 주간과 야간 순환근무를 한다. 산불예방을 위해 산림에 불법으로 설치된 무속행위 장소를 단속하고 인화물질을 제거한다. 또 주 3회 야산에서 실시되는 실전 같은 훈련으로 전문성을 기르고 있다. 강릉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임병천(53) 조장은 “그동안 저희들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아 서운함도 있었지만 이제라도 많은 시민들의 응원을 받아 힘이 난다”며 “우리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다른 숨은 영웅들에게도 관심이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릉=사진·글 권현구 기자 stow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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