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다자안보 협력체제 급부상… 비핵화 협상 판 바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에서 회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 이은 만찬에서 “푸틴 각하와 조선반도의 평화안전보장을 위한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체제 보장을 위한 다자안보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북, 북·미 간에 그동안 이뤄져온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조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 등 다자가 참여하는 메커니즘이 가동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됐던 북핵 6자회담을 그 예로 들었다. 푸틴 대통령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비핵화 협상 구도는 양자에서 다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일대일 비핵화 협상에서 교착 국면을 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이 같은 방안에 상당부분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과 만찬을 함께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체제 보장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이 가동돼야 한다고 본다”면서 “궁극적으로는 (6자회담이) 이뤄져야 하며 이는 북한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6자회담을 강조하는 건 한반도 문제에서 발언권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다. 6자회담이 장기 공전한 데 이어 지난해 남북, 북·미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이 전개되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사실상 소외됐다.

푸틴 대통령은 남북, 북·미 양자 구도에서 이뤄져온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러시아가 개입할 공간이 생겼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남한이나 미국이 충분한 대북 체제 보장 조치를 내놓을 수 있으면 6자회담이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남한과 미국의 보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다자안보 협력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다자협상에 긍정적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머무는 동안에도 한반도 정세의 ‘공동 조정’ ‘공동 관리’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대신해 전면에 나선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모두 6자회담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관건은 회담의 목적이다. 북한은 일방적인 비핵화를 목적으로 하는 회담에는 응할 뜻이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런 만큼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구상을 이행하는 방향으로 회담 성격을 바꿀 필요가 있다.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 프로세스의 동시 진행)을 지지하는 중국과 러시아 역시 큰 틀에서 북한과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다자협상 테이블이 열릴 경우 대북 제재 완화 논의를 보다 수월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와 관련해 미국과 동등한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