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메시지 쥔 채… 김정은에게 손 내민 문 대통령

사진=이동희 기자


청와대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북·미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4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재인(사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남·북·미 간 ‘톱다운’ 대화를 재개한다는 구상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이후 대미 강공 노선으로 선회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삼가고 있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문은 열어놓았다는 평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비롯해 제반 사항이 공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미 CNN방송 보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CNN은 19일(현지시간) 한국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현재의 행동방식에 중요한 것들, 미·북 정상회담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들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비핵화 빅딜’ ‘제재 유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만한 당근책도 마련해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소식통은 CNN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무슨 말을 할지 매우 매우 궁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지난 11일 미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다”며 “더 이상 공개 못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었다.

이후 청와대가 추가 메시지 존재를 사실상 확인한 건 남북 정상회담을 조기에 열어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원하는 상응조치와 관련해 일정부분 진전된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비중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김 위원장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은 미국에서 북핵 협상을 주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한 반감을 표출한 데 이어 이번엔 볼턴 보좌관을 비난하고 나섰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볼턴 보좌관의 최근 인터뷰를 거론하며 “매력이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며 “두 수뇌분 사이에 어떤 취지의 대화가 오가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말을 해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진정한 징후가 필요하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특정 인사를 향한 공개 비난은 자제해 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시정연설에서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후로는 태도가 달라졌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다시 한 번 정상 간 직접 담판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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