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들을 향한 고난의 삶 걸었다… 목회자의 눈으로 본 빈센트 반 고흐의 신앙세계

빈센트 반 고흐의 1880년 작품 ‘식탁기도’. 독일 크뢸러 뮐러 국립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고흐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늘 애정을 보여왔다. 국민일보DB




37년의 삶을 불꽃처럼 살다간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그가 남긴 그림만으로 충분하지 않나 생각하다가도 때때로 우리는 그의 삶에 대해 여전히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느낀다.

네덜란드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고흐는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자살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만큼이나 그의 신앙을 놓고도 첨예하게 엇갈리는 시선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고흐를 기독교를 떠난, 그래서 신앙인이라 부를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여긴다. 반면 캐슬린 에릭슨의 책 ‘영혼의 순례자’에서처럼 고흐가 평생 예수를 믿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의 저자 박철수 목사는 고흐가 남긴 그림과 편지, 후대의 연구 등을 토대로 고흐의 신앙 여정을 다시금 그려낸다. 고흐는 젊은 시절 벨기에 남부의 탄광지역 보리나주로 선교하러 떠났다. 갱내에서 사고가 나자 의사들이 포기한 탄광 노동자들을 간호하며 돌봤다. 당시 편지엔 “이마에 상처가 난 이들에게서 부활하신 예수를 보았다”고 적혀있다. 고흐는 당시 노동자들이 고용주와 충돌하자 이들의 편을 들어주며 함께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교 행위를 불편하게 여긴 선교위원회로부터 해임당했고 이를 계기로 기성 교회와 불화하면서 그의 영적인 방랑이 시작됐다.

박 목사는 그 과정에서 고흐가 초크로 그린 ‘기도하는 남자’와 같은 작품부터 고흐의 종교화 3부작으로 꼽히는 ‘피에타’ ‘나사로의 부활’ ‘선한 사마리아 사람’까지 거의 전 작품을 살펴본다. 각각의 작품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신적인 존재를 표현하려 했던 고흐의 영성을 포착해낸다.

박 목사는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에’ 한가운데에 있는, 불 꺼진 교회당에 주목한다. 그는 “교회당을 둘러싼 말없는 짙은 어둠은 제도적 교회가 얼음 같은 냉담함으로 가득 차 있다는 고흐의 비판을 대언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고흐도 한때는 제도적이고 규격화된 종교의 굴레 안에서 하나님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는 존경받을 수 있는 교회의 경건한 자리보다는 오히려 농민과 매춘부와 교감하는 자리에 끌렸다. 또한 해바라기의 광채, 마디지고 뒤틀린 올리브나무, 고요한 별들의 섭리와 같은 자연이 고흐에게 예수를 향한 헌신의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박 목사는 고흐야말로 ‘고난의 발걸음으로 진리를 향하여 신음하며 추구했던 구도자’였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가난한 자와 함께, 가난한 자를 위해 살고자 몸부림쳤던 고흐는 고난의 삶을 마다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했던 신앙인이었다는 것이다. 고흐는 실제로 편지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은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구절을 남겼다. 그런 점에서 박 목사는 고흐를 ‘상처 입은 치유자’였을 것이라 말한다. 헨리 나우웬이 ‘상처 입은 치유자’에서 말했던 것처럼 고흐는 자기 삶 속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많은 이를 사랑하고 위로했던 사람이란 것이다.

박 목사 자신도 오랫동안 병고에 시달리면서 고통 속에서 고흐의 작품과 삶을 묵상해왔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고통 가운데 치열하게 씨름하며 자기 신앙을 붙들었던 고흐, 어쩌면 지금 한국사회에서 고흐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을지 모를, 교회 밖 사람들을 향한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고흐를 통해, 고흐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통해 종교인이 아니라 참된 신앙인의 삶은 무얼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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